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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현수막 '정치의 얼굴' 아닌 '도시의 흉터'로 남는다

선거철마다 기승 부리는 불법현수막…박병규 광산구청장 "원칙 있는 행정이 신뢰를 지킨다"

김성태 기자 기자  2025.10.10 15: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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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석 연휴 동안 광주광역시 곳곳이 불법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심 교차로와 다리 난간, 심지어 어린이보호구역까지 예외가 아니다. 현수막에는 지역 인사들의 명절 인사와 출마 암시 문구가 줄줄이 걸렸고, 시민들은 "거리가 선거장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산구(구청장 박병규)가 연휴가 끝나자마자 대대적인 불법현수막 철거 작업에 나섰다. 건설사나 예비 정치인들로부터 항의와 비난이 쏟아지지만, 구청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법현수막 단속은 정치가 아니라 행정의 신뢰를 세우는 일"이라며 "법 위에 특권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불법현수막은 단순한 '미관 저해' 문제가 아니다. 교차로나 도로변, 전봇대에 설치된 현수막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거나 강풍에 떨어져 보행자에게 부상을 입히는 등 실제 안전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2023년 서울에서는 현수막 철제 고리가 바람에 날려 차량 유리에 부딪히며 사고가 났고, 부산에서는 다리 난간에 설치된 현수막이 추락해 행인에게 상처를 입힌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불법현수막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지만, 선거철이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고질적 병폐'다. 특히 정치인이나 단체가 명절·기념일을 명분으로 내세워 현수막을 걸어도, 사실상 얼굴 알리기와 사전 선거운동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8조는 허가 없이 설치된 현수막을 불법광고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0조에 따라 지정된 게시대 이외에 현수막을 설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광고주에게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단속은 쉽지 않다. 게시자가 불분명하거나 설치 후 즉시 철거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단속을 '정치적 탄압'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박병규 청장은 이런 비판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그는 "불법이 오래됐다고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과거에 묵인됐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인이 시민의 공간을 사유화하고, 불법을 경쟁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신뢰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광산구의 단속은 실제로 전국에서도 드문 사례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단속을 소극적으로 하거나, 과태료 부과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광산구는 단속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선거 관련 인사들의 불법현수막 수십 건에 대해 실제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 결과 구 전역의 도심 경관이 눈에 띄게 정돈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광산구청 게시판과 SNS에는 "현수막이 사라지니 거리가 깨끗해졌다", "불법현수막 없는 도로가 이렇게 쾌적할 줄 몰랐다"는 글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정치인보다 행정의 원칙을 지켜낸 구청의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불법현수막은 한때 선거의 상징이자 홍보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도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정치의 흉터'가 됐다. 시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시대, 법을 지키지 않는 행위가 곧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박병규 청장은 글 말미에 이렇게 남겼다. "이름은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를 잃으면, 그 이름은 결국 부끄러움으로 남게 됩니다."

불법현수막은 잠시 이름을 알릴 수는 있지만, 시민의 마음에 남는 건 결국 법을 어긴 사람이다. 오래 기억되는 건 이름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며 신뢰를 쌓은 사람의 태도다. 이것이 바로 광산구 행정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