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기자 기자 2025.10.10 14:13:03

[프라임경제] 전남 화순군이 전국 최대 규모의 춘란 재배온실을 준공하며 '난 산업화'를 선언했지만, 실제 시장 상황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난 거래가 급감하고 있는 데다, 난의 본산인 중국에 역수출 추진 전략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남 화순군이 최근 능주면 만수리에 3186㎡ 규모의 대형 춘란 재배온실을 준공했다. 군은 이 시설을 '부자농촌 실현'의 핵심 프로젝트로 내세우며, 스마트 재배 시스템을 갖춘 고부가가치 농업 모델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자동 온습도 제어와 방범 설비를 갖춘 이 시설은 군민에게 분양되어 각자의 난실로 운영된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이를 통해 "농가가 직접 참여하는 미래형 소득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난 산업을 둘러싼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 난 거래 시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전국 난 품평회나 박람회 역시 예전만큼의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코로나19 이후 선물용 난 수요가 급감한 데다, 난 애호가층의 고령화로 신규 수요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10년 전만 해도 전국 난 거래 규모가 연간 수천억 원이었지만, 현재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화순군은 '국내 수입산 대체'와 '중국 수출'을 동시에 내세운다. 그러나 난의 본산이자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으로의 역수출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은 이미 자국 내에서 심비디움과 춘란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품종·가격 경쟁력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 난 재배업자는 "상징적 이벤트는 가능하겠지만, 산업화 모델로 보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화순군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읍면 단위로 난 재배 교육장과 소규모 온실을 확충하고 있다. 능주면에 1980㎡ 규모의 재배교육장을 조성하고, 이양·동복·동면에도 분양형 온실을 확대 중이다. 또 춘란 육묘장(1260㎡)을 신축하며, '춘란스쿨' 교육과 '화순 난 명품 박람회'를 열어 애란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정 주도형 확장 사업이 과연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도 크다. 실제로 전국 여러 지자체가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지속성 면에서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함평군은 '국제 난 명품화 사업'을 추진하며 수년간 난 박람회를 개최했지만, 시장이 축소되면서 규모를 대폭 줄였다. 일부 지역은 고가의 난실을 조성하고도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관리비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졌다. 난 재배가 초기 투자비가 높고, 품질과 판로 확보에 따라 수익 편차가 큰 데 비해 지자체가 이를 '농가소득 대체 작목'으로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르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난은 기술보다 감정적 가치에 기반한 취미성 작목이다.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난 재배를 산업의 한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은 시장 구조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측면이 있다. 특히 스마트팜·첨단농업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전통 화훼 중심의 난 산업을 미래 농업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전략은 시대 흐름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순군은 이달 한국춘란 500본의 중국 수출을 '국산 난 산업화의 첫 결실'로 홍보했지만, 업계에서는 '보여주기식 성과에 불과하다'는 냉소가 많다. 한 농업 관계자는 "실질적 수요 분석 없이 수출과 시설 확충에 집중하면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농가소득 구조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화순군의 난 산업화 구상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명분에 비해 현실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역 농업 관계자는 "화려한 온실보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시장 분석과 실질적 수익 모델 구축이다. '부자농촌'의 길은 전시적 산업화가 아니라,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에서 시작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