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본 도심의 파칭코(Pachinko) 홀은 단순한 오락 공간을 넘어 노년층의 일상과 공동체 유대를 지탱하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나란히 앉아 구슬이 튕기는 단순한 게임 속에서 부부의 동행, 친구와의 소통, 세대 간 공존이 이뤄지는 모습은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은퇴한 노부부가 주 2~3회 파칭코 홀을 방문해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모습이 흔하다. 이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노년기의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부부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사회적 장치로 기능한다. 한국 역시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노년의 생활 루틴'을 지원할 수 있는 여가 인프라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일본 파칭코 산업은 첨단 시설과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접목해 젊은 세대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부모와 자식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풍경은 '세대 공존형 문화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의 여가 공간은 세대별로 분절돼 있어 노인 복지관, 청년 문화센터 등이 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파칭코 홀은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대화를 나누고 간단한 식사를 하며 일상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인 자살률이 OECD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하다. 따라서 노년층이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할 수 있는 생활형 문화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 역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년층의 여가·공동체 공간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노인 복지관이나 경로당 중심의 여가 문화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세대를 아우르는 생활형 문화공간은 부족하다. 일본 파칭코 문화의 진화는 "어떻게 하면 세대 간 소통을 담아내는 여가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파칭코 사례가 한국 사회에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고 분석한다. △여가정책과 복지정책의 연계 필요–단순히 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령층의 삶의 질과 정신적 건강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세대 통합형 문화공간 조성–노년층과 청년층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지역 문화산업 육성–지역사회 기반의 생활형 여가·문화산업을 키워 고용과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에는 여가를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공동체적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세대 통합적 여가 공간과 프로그램 개발은 향후 복지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파칭코 문화는 오락을 넘어, 게임 속에 담긴 부부의 동행과 세대의 공존은 고령화 사회의 여가 문제까지 담은 일본의 오늘이자, 한국의 내일이다. 젊은 시절의 취미가 노년까지 이어지고, 나란히 앉아 구슬을 튕기는 노부부의 모습은 일본의 오늘이자 한국 사회에 던지는 미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 파칭코 문화의 진화를 '도박'이 아닌 '사회적 여가'로 해석할 때, 고령화 시대 한국이 준비해야 할 정책적 해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