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세사기 피해가 심화되며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 총 세 차례에 걸쳐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843명을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했다. 이 중 769명은 신규 신청자이며, 나머지 74명은 기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해 피해 요건 충족 여부를 추가로 심사받은 이들이다.
이로써 2023년 6월 '전세사기피해자법' 시행 이후 누적 피해자는 3만3978명에 달하며, 전체 신청자의 64.1%가 피해자로 인정받게 됐다.
정부는 국토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과 함께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1년간 약 3000명이 전세사기 혐의로 검거됐으며, 일부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받아 구속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약 538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동결했으며, 대검찰청은 지난해 9월 이후 전세사기범에게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게 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 강화에도 불구, 전세자금보증 사고 금액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양수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전세자금보증 사고 금액은 총 3조8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361억원 △2021년 3244억원 △2022년 4909억원 △2023년 7100억원 △2024년 825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증사고와 함께 대위변제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금공이 임차인 대신 갚은 보증금은 2020년 2386억원에서 2023년 6119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만 해도 374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회수율은 5.9% 수준에 그치며, 올해는 3.62%로 더욱 낮아졌다. 이처럼 보증사고가 반복되면 주택금융공사의 재정 건전성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 역시 폭증하는 강제경매 사건을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피해로 취득한 주택을 경매에 부치면서, 관련 경매사건 비율은 2022년 5%에서 올해 상반기 29%로 급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신속한 구제를 위해 전담 재판부까지 신설됐지만, 급증하는 사건 수에 비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피해자와 경매 관련 당사자들이 신속하고 공정한 사법 절차를 보장받는 것이야말로 실질적인 민생 보호"라고 강조했다.
문제의 핵심은 무자본 갭투기와 깡통주택 같은 사기 수법이 여전히 시장에서 활개치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인들이 자기 자본 없이 세입자 보증금으로 집을 매입한 뒤, 보증금 반환 시점에 돌려주지 못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수도권 내 투자 목적 대출을 차단하고 있지만, 오히려 낮은 대출 의존도를 기반으로 한 빌라 투자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서울시의 빌라 매매 거래량은 올해 6~7월 두 달 연속 4000건을 돌파하며 38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전세사기를 완전히 막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방안을 따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법"이라며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세사기 피해 사례로 알려진 유명 헬스트레이너 양치승 씨가 오는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양 씨는 서울 강남구 공공시설 건물에 헬스장을 개업했으나, 기부채납 조건을 몰랐다는 이유로 퇴거당했고, 이로 인해 약 15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부채납 공공시설에 입주한 임차인들의 권리도 보호돼야 한다"며 국회 청원까지 제기한 바 있다.
이처럼 전세사기 문제는 단순한 개별 피해를 넘어 금융, 사법, 행정 전반에 걸친 구조적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 예방을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 인력 보강, 그리고 사법 시스템의 대응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