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등록 자동차 수는 약 2600만대. 이 가운데 17%에 달하는 450만대가 화물차·승합차·특수차 등 상용차로 분류된다. 길 위의 다섯 대 중 한 대꼴로 상용차가 달리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도심 주택가와 간선도로 주변에 불법 주차된 대형 트럭이 흔한 이유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 차주들은 수십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기도 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주차 분야 선도 기업 빅모빌리티(대표 서대규)다. 회사는 도시 유휴 부지를 화물차 전용 주차장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트럭헬퍼'를 운영하며 단기간에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빅모빌리티는 창업 2년 반 만에 전국 41개소, 약 3만6000평(축구장 18개 규모)의 주차장을 운영하며 화물차 10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재이용률은 97%에 이를 만큼 현장 반응도 뜨겁다. 본지는 서대규 대표를 만나 사업의 배경과 향후 비전을 들어봤다.
◆글로벌 물류 경험이 만든 '트럭헬퍼'
서 대표는 화물차 불법주차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의식 부족으로 치부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한다.
"밤샘 불법주차는 이분들의 양심이나 염치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주차 공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민원이나 단속으로만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결국 공급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실제 화물차 기사들은 하루 평균 15~20분씩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맨다. 트럭헬퍼는 이런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 집 근처 주차장을 검색·예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서 대표는 기사들이 편히 쉬어야 안전사고도 줄고, 도심 교통 혼잡도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 대표는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14년간 근무하며 글로벌 상용차 시장을 몸소 경험했다. 스웨덴 등 해외 주재원 시절 체득한 물류 현장은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해외에서 생활할 때도 느꼈지만, 물류가 집중되는 지역은 불법주차와 안전 문제가 똑같이 발생합니다. 한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공급을 체계적으로 늘려 해결하려는 시도가 부족했죠."
그는 지난 2023년 4월 빅모빌리티를 창업했다. 또 같은 해 국토교통부 창업지원센터 1기 기업으로 선발돼 정책 지원을 받으며 기반을 닦았다.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빅모빌리티는 설립 직후 벤처포트로부터 시드 투자 2억원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프리시리즈A 라운드에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소풍벤처스 △알로이스벤처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2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투자사가 관심을 보여 오버부킹이 됐습니다. 이는 저희 사업이 반짝하는 모델이 아니라 꾸준히 성장하는 구조라는 점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투자받은 자금은 대부분 △신규 부지 확보 △서비스 확장 △인재 영입에 쓰인다. 서 대표는 특히 재무와 마케팅 인력 보강을 통한 조직 안정화가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41개 거점 넘어 전국·동남아로 확장 가속
현재 빅모빌리티는 △용인 5개소 △남양주 4개소 △인천 4개소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점을 늘리고 있다. 수도권은 전체 화물차의 절반이 몰려 있고 단속도 가장 심한 지역이다. 서 대표는 향후 지방 광역시와 항구·물류 도시로 확장해 전체 화물차의 70~80%를 커버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안에 50개소, 중장기적으로 전국 100개 이상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까지는 200개 거점을 운영해 국내 화물차 주차 인프라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주차장 부족 문제는 해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동남아는 경제 성장과 함께 물류량이 급증하면서 불법주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은 지금의 상황이 한국의 15~20년 전과 닮아 있습니다. 물류는 늘고 있지만 주차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죠. 국내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한 뒤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레퍼런스를 만들 계획입니다."
빅모빌리티는 최근 태국 방콕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IR 무대에 초청됐다. 이를 계기로 동남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서 대표는 성공의 기준을 "돈을 버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단순히 창업자의 수익만을 뜻하지 않는다. 목표한 수익을 달성한다는 건 직원들과 투자자 모두에게 약속한 보상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3년 내 연매출 200억원, 영업이익 5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제공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람이 소중한 회사' 철학과 사회적 가치 확장
서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사람의 가치가 특히 크다고 말한다. 그는 업무의 의미와 쓰임새를 끝까지 설명해 구성원들이 각자의 색깔을 얹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스타트업은 구성원 한 분 한 분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단순히 "일단 해보자"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회사와 본인에게 돌아오는지를 알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문화 덕분에 빅모빌리티 팀은 빠른 의사결정과 높은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서 대표는 자신의 삶의 원칙을 꺼냈다.
"저는 매 순간 후회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그게 제 삶의 모토입니다. 오늘 누군가를 만날 때도, 직원들과 회의할 때도, 사업을 결정할 때도 똑같습니다.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결과가 조금 부족해도 받아들일 수 있고, 다시 도전할 힘이 생기더군요."
그는 화물차 주차난을 단순한 시장 기회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바라본다.
"차량은 늘고 있지만 주차장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저희가 그 공백을 채워내는 것이 결국 사회 전체의 안전과 효율을 높이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빅모빌리티가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주차장 사업장이 아니다. 화물차 기사가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공간, 안전한 도심 교통, 지속 가능한 물류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다. 서 대표의 말처럼 '사람이 소중한 회사'라는 철학이 현실에서 구현된다면, 빅모빌리티의 성장은 곧 사회적 가치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빅모빌리티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마포15기 육성기업으로 탭엔젤파트너스가 함께 육성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