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시가 공공 주도의 9·7 부동산 대책의 한계를 보완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미 신통기획 시즌1을 통해 정비사업 전반부의 행정 절차를 개선해 평균 소요 기간을 기존 18.5년에서 13년으로 줄인 바 있다. 이번 신통기획 2.0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이주 및 준공 단계 등 후반부 절차를 정비해 추가로 1년을 더 단축, 전체 사업 기간을 12년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세훈 시장은 "병목 현상으로 작용하던 인허가 구간의 규제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며 정비사업의 속도전 의지를 밝혔다. 핵심은 정비사업의 전체 기간을 최대 6.5년 단축하고, 공급 물량의 약 64%를 한강벨트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다. 빈 땅이 부족한 서울의 현실에서 민간 정비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려 핵심 지역에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서울시는 오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총 31만 가구의 주택 착공을 추진하고, 이 가운데 19만8000가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양천·영등포 등 이른바 '한강벨트'11개 구에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전체 공급 물량의 약 64%가 이 지역에 몰리는 셈이다.
특히 최근 성동, 마포, 송파, 광진 등 한강 인접 자치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수요가 높은 지역에 공급을 집중함으로써 집값 안정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신통기획 2.0은 정비사업 단계별로 8개 개선안을 마련했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는 기존의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 회의를 폐지해 2개월 이상 걸리던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임대주택 세입자 자격 조회 절차를 중복 없이 1회만 진행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에서는 '추정 분담금 검증' 횟수를 4회에서 3회로 줄여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였다.
또 시는 각 부서 간 이견 조율을 위해 '협의 의견 조정 창구'를 설치,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은 기존 한국부동산원 외에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이로써 검증 병목을 해소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미한 설계 변경은 자치구가 직접 인허가를 낼 수 있도록 자치권한도 확대된다. 관련 조례도 연내 개정될 예정이다.
세입자 보호와 갈등 최소화를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그간 법적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던 세입자에게 조합이 이주비용을 보상하면, 서울시는 이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조합원의 부담을 덜고, 이주 갈등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비업계에서는 보상의 범위와 조건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비사업의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시점은 2026년부터다. 서울시는 432개 정비구역 및 예정된 10여개 구역에서 본격 착공이 시작되면, 2031년까지 약 31만 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공 시점은 2035년까지 37만7000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정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일관되게 강조해온 '민간 주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 기조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주택 시장 안정화의 해법은 시민이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물량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재정비촉진지구의 사업성을 확보하고, 그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병목 요인으로 작용해 온 숨은 규제를 과감히 정비해 서울 핵심 지역의 주택 공급 속도를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정비업계에서는 정책 실효성에 대해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절차상 불필요하거나 번거로운 단계들을 줄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비사업 전체 기간을 획기적으로 앞당기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공급 확대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분리 인가하는 현행 체계를 개선해, 총회 한 차례를 통해 두 절차를 동시에 인가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시가 제시한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 목표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으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하며 "정비사업 지연의 핵심 원인은 인허가 절차보다는 공사비 부담, 이주비 대출 규제, 추가 분담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등 구조적 리스크에 있으며, 이는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 계획대로 공급이 빨라져도 착공에서 입주까지 최소 7~10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는 어려우나,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