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세사기와 깡통주택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주거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전액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주택'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으며, 전세보증금을 노린 조직적인 사기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별 맞춤형 대응과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엄태영 의원이 각각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80%를 초과한 임대주택은 전국에 약 9만3000호에 달한다. 이 중 전남 지역에만 1만9829호가 몰려 전체의 21%를 차지하며 '깡통 임대주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부채비율은 담보권 설정액과 임대보증금 총액을 주택 가격으로 나눈 수치로, 80%를 넘을 경우 매매 시 세입자의 보증금을 온전히 반환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남에 이어 서울(1만3096호, 14%), 경북(8452호), 광주(4445호) 순으로 부채비율 높은 주택이 많았다.
반면, 전세사기 피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됐다. 같은 날 발표된 또 다른 국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 수원시로 총 2325건에 이르렀다.
서울 관악구(2103건), 인천 미추홀구(2104건), 서울 강서구(1592건) 등이 뒤를 이었으며, 이들 지역은 각각 '정씨 일가족 사건', '미추홀 건축왕', '강서 빌라왕' 등 대형 전세사기 사건이 벌어졌던 곳이다.
특히 수원에서는 무자본 갭투자를 활용한 전세사기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씨 일가족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가족 및 법인 명의로 약 800채의 주택을 사들인 후, 임차인 511명으로부터 총 760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받아 챙겼다. 이 사건으로 정씨 주범은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비수도권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대전 서구(1369건)와 유성구(1110건), 부산 부산진구(930건) 등에서도 네 자릿수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9380건으로 가장 많고, 경기(7299건), 인천(3469건), 대전(3846건), 부산(3619건) 순이다. 반면 제주(118건)와 울산(210건)은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
이로 인해 전세사기와 깡통주택 문제가 동시에 확산되면서 서민 주거 안정이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부채비율이 높아질수록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가능성도 커진다며, 단순 사후 처리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사전 모니터링과 예방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HU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법인 임대와 관련된 보증사고 규모가 4274억원에 달했으며, 지난해 개인 임대 사고는 1조3000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고위험 임대사업자에 대한 실시간 감시 체계를 마련하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