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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조 자체 감정 논란' 감정평가사協 "KB국민은행, 불법 자체평가 즉각 중단하라"

감정평가사협회, 국민은행 앞 집회…"대형 은행의 위법행위 묵과 못 해"

박선린 기자 기자  2025.09.29 11: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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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불법 가치평가부! 즉각 해체하라!"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105560) 신관 앞에서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소속 감정평가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KB국민은행의 '불법 감정평가 행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감정평가시장 불법 침탈행휘 규탄행위'라는 대형 현수막 앞에서 "국민은행이 감정평가사를 직접 채용해 내부 '가치평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부서에서 이뤄지는 고액 부동산 감정은 사실상 감정평가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은행이라는 거대 공공성이 요구되는 기관이 법을 무시하고 이익을 우선할 경우, 감정평가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라며 "금융당국은 즉각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감정한 부동산 총액은 2022년 26조원에서 2023년 50조원, 2024년에는 무려 75조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추하고 있다. 불과 2년새 세 배 가까이 규모가 불어난 셈이다. 

반면, 감정평가법인과의 협약에 따라 무료로 이뤄지는 '탁상자문' 건수는 급증했지만, 정식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수수료를 지급한 건수는 지속적으로 줄어 감정평가법인의 재정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특히 국민은행이 평가하는 평균 120억원 상당의 고액 부동산이 제대로 된 외부 검증 없이 대출 담보로 활용되는 것은 금융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이는 금융권의 리스크를 키우고 국민의 재산 안정성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 2022년 개정된 '감정평가법인 등의 보수에 관한 기준'에 따라 감정평가서 발급 후 수수료 지급이 명문화됐음에도, 국민은행은 수백억 원대의 미지급 수수료를 발생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도 이 문제를 좌시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확대 현상에 대해 "질적으로 바람직한 흐름이 아니다"라며 금융당국을 질타했다. 

국토교통부는 협회의 질의에 대해 유권 해석에서 "은행이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담보물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는 행위는 감정평가법 제5조 제2항 위반"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금융기관이 대출이나 자산관리 목적으로 감정평가가 필요할 경우, 반드시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미 2011년부터 '자체 감정평가를 지양하고, 소액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자체평가를 허용한다'는 가이드라인을 금융권에 통보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국민은행은 해당 가이드라인과 법률을 무시한 채, 자체 감정 평가를 확대해 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비판이다.

협회는 국민은행이 자체 평가 시스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감정평가사들에게 사실상 불법 행위를 강요하고 있으며, 협력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협회는 국민은행을 향해 △위법한 자체 감정평가 즉각 중단 △감정평가법 준수 △감정평가법인과의 상생 협력 강화 △부동산 담보시장 건전성 확보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규탄대회는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금융시장 신뢰와 제도의 정당성을 놓고 벌어지는 중대한 사회적 논쟁의 장이었다. 감정평가업계는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고, 국민은행과 금융당국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가 향후 담보평가 시장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