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전라남도청 공직 사회에 20년 만에 '복수노조' 시대가 열렸다. 지난 9월25일 전남도청 왕인실에서 전남도청열린공무원노동조합(이하 '열린 노조')이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공식 출범했다.
이는 지난 6월 사무관리비 논란 속에서도 현 집행부가 재선된 것에 대한 본청 공무원들과 사무관급 노조원들의 강한 불만과 허탈감이 현실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열린 노조의 창립총회에는 공노총 석현정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와 도청 직원 약 80여 명이 참석해 제2노조의 탄생을 알렸다.

초대 위원장에는 김영선(50세) 주무관이, 초대 사무처장에는 박현주(56세) 주무관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열린 노조의 출범 배경에는 지난 6월 치러진 제13대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임원 선거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선거는 130여 명의 직원이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낳았던 '사무관리비 지출 논란'에 연루된 현 집행부 임원이 재출마하면서 큰 논란을 빚었다.
결국 기호 1번 이용민 후보조가 기호 2번 김영선 후보조를 불과 6표, 0.46%p 차이로 간신히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이 극적인 재선은 직속기관 위주의 지지자들이 결집한 결과로 분석됐으며, 본청 소속 공무원들과 사무관급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불투명한 재정 운영과 소통 부재를 겪은 노조가 그대로 연임됐다"는 깊은 허탈감과 실망감이 확산했다.
◆김영선 초대 위원장 "하위직도 존중받는 도청 향해 전진"…기존 노조 '군림·세습' 비판
신임 김영선 열린 노조 위원장은 당선 소감에서 "이번 새 노조 설립은 역사적 사명"이라며, "15년간 선거 없이 단독 후보가 당선되고 기존 노조 간부가 그 뒤를 세습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다 보니 조합원과 소통하지 않고 군림하는 노조가 되었다"고 기존 노조 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하위직 직원들의 눈물이 모여 강을 이룬 것"이라며 "하위직도 존중받고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는 전남도청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열린 노조는 창립 선언문을 통해 ▲자유로운 비판 허용 ▲조합원이 주인 되는 민주적 의사결정 ▲운영과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청렴한 노조 등 6대 원칙을 천명했다.
특히, 최근 직원들이 기존 노조 게시판 대신 시군 노조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사건이 발생했던 점을 지적하며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되는 노조'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김영선 위원장은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을 완전한 익명제로 운영하고 사전검열 및 무단 삭제를 금지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무관리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재정 투명성을 대폭 강화한다. 의결 내역과 지출 증빙을 원문 데이터로 분기마다 공개하고, 외부 감사를 정례화하여 '1원의 조합비도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2021년 노조법 개정 취지에 맞춰 5급 팀장 등 실무 사무관들을 정식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투표권을 부여하여, 그동안 소외되었던 사무관들의 의견을 노조 활동에 직접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직속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노조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열린 노조는 인권침해와 갑질에 대한 정면대응을 선언했으며, 특히 성희롱 등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핫라인을 설치하고 신고 즉시 노무·법률·심리 3종 지원을 실시하는 즉각 대응 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낙하산 인사' 등 부당한 인사에 강력히 반대하고, '격무 부서 기여도'를 반영하는 원칙 있는 인사를 요구할 방침이다.
20년 만에 등장한 전남도청 복수노조가 기존 노조와의 관계 설정과 함께 과연 내부 공직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