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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석면 취급 근로자의 악성중피종, 산재 인정의 필요성

이민희 노무법인 산재 노무사 기자  2025.09.26 13: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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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산업현장 근로자들에게 큰 위협 중 하나는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다. 그중에서도 석면은 과거 건축자재·단열재·배관재 등으로 널리 사용됐다. 이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발병하는 대표적 질환이 바로 악성중피종이다.

악성중피종은 폐를 둘러싼 흉막이나 복막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석면 노출과 연관성이 매우 높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도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어 의학적으로도 석면과 중피종의 인과관계는 상당히 명확하게 확립돼 있다. 

문제는 이 질환의 잠복기가 20년에서 40년 이상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과거 석면을 다뤘던 근로자가 은퇴한 뒤 혹은 이미 고령이 된 후에야 발병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노무사로서 산재보상 청구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과거 석면 노출의 입증이다. 수십 년 전 작업환경에 대한 자료가 부실하거나 회사가 이미 사라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시기 동일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동료 근로자의 진술, 당시 설계 도면이나 산업위생조사 자료, 해당 업종의 석면 사용 여부 등을 최대한 수집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실제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먼저 조선소 단열재 작업자 사례다. 근로자는 1970~80년대 조선소에서 선박 엔진룸 단열재 교체 작업을 수행했다. 당시 단열재 대부분이 석면 함유 제품이었음에도 보호구 지급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퇴직 후 30여년이 지나 중피종 판정을 받았고 당시 조선소는 이미 폐업 상태였다. 그러나 동료들의 증언과 정부 조사 자료를 토대로 석면 사용이 확인돼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받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건설 현장 미장공 사례다.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벽체와 천장에 석면 함유 마감재를 다루던 근로자가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수년간 이러한 작업에 종사한 뒤 은퇴 후 25년 만에 중피종으로 진단을 받았다. 당시 시공 내역서와 자재 규격서에서 석면 함유 건축자재 사용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산재가 승인됐다.

세 번째는 보일러 설치·수리 기사 사례다. 학교와 공공기관 보일러실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는 수십 년간 보일러 단열재와 배관 보온재를 교체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모두 석면 함유 자재였음에도 작업환경 측정이나 안전교육은 없었다. 결국 은퇴 후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했고 유족 건으로 산재를 진행했다. 당시 사용된 보온재 규격과 시설 관리대장을 토대로 석면 노출이 인정돼 유족급여가 승인됐다.

이처럼 중피종은 석면 노출과의 인과관계가 매우 높아 법원과 근로복지공단도 상당히 폭넓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사건에서는 여전히 입증 자료 부족으로 불승인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따라서 피해자와 유족이 체계적인 자료 수집과 전문적인 법률 지원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도 석면 관련 질환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건설 △조선 △제조업에 종사했던 세대뿐 아니라 현재 철거·해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더 이상 이를 개인의 병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국가와 기업 차원의 보상과 예방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노무사의 역할은 피해자와 유족이 정당한 권리를 찾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석면이 남긴 긴 그림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산업 발전의 대가로 고통받는 근로자들의 권리가 끝까지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법적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이민희 노무법인 산재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