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창업 초반 7~8개월은 가볍게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곧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현실을 깨달았죠."
26년간 패션 업계에 몸담아온 임채훈 더그린제너레이션 대표는 창업 초기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안정적인 직장인의 길을 내려놓고,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쉽지 않은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임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패션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유럽 현지에서 가이드로 활동하며 여행과 패션을 동시에 체감했던 그는 이후 △MLB △신세계인터내셔날 △카파 △롯데GFR 등 굵직한 기업에서 상품 기획을 담당했다. 브랜드 라인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은 자연스레 그의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마다 브랜드 색깔은 달랐지만, 본질적으로는 끝없이 새 옷을 기획하고 내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고와 폐기물 문제는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팔리지 못한 재고가 쌓이고, 결국 소각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이 구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직장 생활 속에서 키운 문제의식은 결국 행동으로 이어졌다. 스포츠와 자연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패션을 결합한 브랜드, 더그린제너레이션이 그렇게 탄생했다.
브랜드명 'The GREEN Lab'은 '지속 가능한 실험실'을 뜻한다. 임 대표는 이를 "실험실처럼 끊임없이 시도하고 개선하는 브랜드"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친환경 소재를 찾고, 기능성을 높이고, 디자인을 다듬는 일을 반복합니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요. 그래서 'The GREEN Lab'입니다. 실험은 계속됩니다."
브랜드의 슬로건 'A Bit of Habits' 역시 철학을 함축한다. '작은 습관의 변화가 지구를 지킨다'는 메시지를 담아, 소비자의 일상 속 작은 선택이 곧 환경 보호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더그린제너레이션은 단순한 '에코 브랜드'가 아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지속 가능성 △기능성 △공급 안정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철저히 지킨다.
재활용이나 생분해가 가능한 원단,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데드스톡)을 활용해 낭비를 최소화한다. 동시에 땀 흡수·통기성·내구성과 같은 스포츠웨어 본연의 기능도 놓치지 않는다.
"예쁘기만 한 옷은 많습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하면서도 예쁜 옷'을 만들고 싶습니다. 환경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가 실제로 입고 싶은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는 주로 환경 문제나 소비자 니즈에서 출발한다. 소재를 탐색하고 자체 개발한 원단으로 시제품을 만든 뒤, 착용 테스트와 개선 과정을 거쳐 생산에 들어간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에 친환경 철학을 녹여내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에코 패션이 아닙니다. 스포츠웨어로서 기능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브랜드의 대표 제품은 비건레더 무스탕 자켓이다. 폐플라스틱과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이 제품은 출시 직후 완판되며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비건레더 무스탕이 완판됐을 때 놀라웠던 건, 소비자들이 '환경을 생각한 브랜드라 더 믿고 산다'고 말해준 점이었습니다. 철학이 통한다는 확신을 얻었죠."
소비자들은 "디자인이 세련돼서 자꾸 손이 간다" "친환경 패키지가 인상 깊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옷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에 공감한 소비자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더그린제너레이션은 의류 브랜드를 넘어 소재 기반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친환경 소재와 관련한 특허를 6건 출원했고, 1건은 등록을 완료했다. 이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단순 패션에서 '지속 가능성을 연구하는 실험실'로 확장시키는 발판이다.
"지금은 의류 브랜드를 넘어 소재 기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허를 내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무형자산 수출 사례도 눈에 띈다. 중국 패션 그룹을 대상으로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하며, K-패션의 노하우와 지속 가능성 철학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이를 통해 약 1억원 상당의 매출을 거두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우리가 만든 철학과 노하우를 중국 패션 그룹과 공유한 건 단순한 컨설팅이 아니라, 한국의 지속 가능성을 수출한 사례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는 무신사·W컨셉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있다. 특히 무신사 글로벌에서는 일본 고객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K-컬처와 결합해 성장하는 K-패션 브랜드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K-컬처와의 결합은 곧바로 시장 반응으로 이어집니다. 글로벌 소비자들이 한국 문화를 통해 저희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것이죠."
더그린제너레이션은 현재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구로 14기' 육성기업으로,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의 전담 지원을 받고 있다.
"IBK창공 같은 육성 프로그램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저희가 더 큰 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입니다."
더그린제너레이션은 지속 가능한 패션을 넘어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성북구청, 성북구 사회적경제센터와 협업해 로컬상회 팝업을 진행하고 '모두의 향연' '공공구매 박람회' 등 다양한 지역 기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캠페인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브랜드의 철학이 지역 속에서 실천되는 거니까요."
또한 더그린제너레이션은 청년 창업가 멘토링에도 적극 나선다. 서울시 청년일자리 사업과 국민대학교 근로장학생 제도를 활용해 청년 인재들이 팀에 합류했다. 이들은 제품 기획과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청년 창업가들과 만날 때면 제 과거가 떠오릅니다. 결국 이 생태계를 같이 키워야 진짜 지속 가능성이 만들어집니다."
작은 팀이지만, 경험과 철학 그리고 젊은 에너지가 결합돼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임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5년 안에 K-패션의 친환경 모델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10년 후에는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 가능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는 게 꿈입니다."
이를 위해 더그린제너레이션은 ISO 9001·14001 인증, 국제 상표권 출원, R&D를 통한 소재 기술 확보 등 글로벌 표준을 충족하는 준비를 마쳤다.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기준을 끌어올리는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건 단순한 옷이 아닙니다. 지속 가능성을 산업의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입니다."
임 대표는 후배 창업자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주변 업계 동료들 중 아직 시작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몇 년을 망설이다가 결국 '이제라도 할까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차피 할 거라면 빨리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그는 창업 이후의 삶을 "힘들지만 즐겁다"는 말로 정의했다. 매일 부딪히는 현실은 쉽지 않지만, 스스로 만든 브랜드와 가치를 실험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이 그를 지탱한다.
26년간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창업가로 변신한 임채훈 대표. 더그린제너레이션은 단순한 친환경 패션을 넘어, 소비자의 작은 습관 변화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작은 팀이지만 분명한 철학과 시장에서의 성과로 자신만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작은 습관의 변화를 출발점으로 한 더그린제너레이션이 K-패션의 미래를 이끄는 지속 가능성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