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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 관세 협상 갈림길, 투자 수용 vs 버티기 전략

복합 패키지 통해 일본·유럽 15% 타결…25% 韓 당분간 불리

노병우 기자 기자  2025.09.25 12: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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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국이 유럽산과 일본산의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확정하면서, 한국만 여전히 25% 고율 관세에 묶여 있는 형국이다. 경쟁국들이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만큼, 한국의 후속 협상 결과가 수출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무역 프레임워크 협정에 따라 유럽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했다. 이 관세율은 지난 8월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EU는 미국산 산업재와 전자·화학 물품에 대한 관세를 조정하고 우대를 확대하는 양보안을 내놨다. 또 관세 인하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 EU 내부에서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일본 역시 미국과의 무역 합의 과정에서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인하했다. 그 대신 미국은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했고, 일본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동시에 일본은 적극적으로 미국에 '노 스태킹(no stacking, 이중 관세 금지)' 조항을 요구해 관철시키는 등 추가 부담이 누적되지 않도록 했다.

즉, 유럽과 일본 모두 △투자 유치 △상호 관세 조정 △누적 관세 배제 등 복합 패키지를 통해 타결에 도달한 것이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 25%가 유지된 상태에서 후속 협상 국면에 있다. 미국은 앞서 '한국이 일정 규모의 투자(3500억달러 등)'를 약속하면 관세를 15%로 낮출 수 있다는 조건을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 규모와 시기, 산업 분야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미국 재무부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이미 관세 차별의 압박을 체감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현지 생산 확대나 가격 전략 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완화하려 하지만, 유럽·일본 대비 수출 경쟁력 격차는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무역 조건으로는 협상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미국이 원산지 규정 강화, 보조금 조정 등 다층적 요구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 10%포인트 차이가 쌓이면, 결국 가격경쟁력 약화와 점유율 하락으로 직결된다"며 "현대차·기아가 전기차시장에서 치고 나가야 할 시점에 관세 장벽이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중견 협력사들의 경우 대미 수출 채널이 막히면 내수·해외 동반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이 유리한 조건에서 관세 인하를 이루려면 단순한 관세 인하 요구만으로는 역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투자 유치 △무관세 물품 조정 등 협상 패키지를 갖춰야 하며, 내부적으로도 수출 대응 전략과 비용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이 굳이 서둘러 양보하지 않고 '버티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조지아 주에서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단순한 이민 단속이 아니라 통상 협상의 압박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지 않고 맞대응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배짱 전략은 리스크도 크다. 이미 일본과 유럽이 낮은 관세 혜택을 확보한 만큼, 한국이 협상을 지연할수록 현지 시장에서 한국산 차량이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서다. 또 관세 차별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면 되지 않느냐"는 대안이 나오겠지만, 이는 국내 일자리·부품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한국 정부의 선택은 '조건부 관세 인하 수용'과 '협상 지연을 통한 지렛대 확보'라는 두 갈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데 달려 있다. 이번 협상은 단순히 자동차산업을 넘어 한·미 통상, 투자, 심지어 외교 관계 전반과 맞물려 있는 사안인 만큼, 정부가 어떤 해법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한국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외교적 신뢰까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