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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 옛말...인천공항 철수 선택한 신라, 신세계는?

임대료 부담·수익성 저하 속 사업자 재편...제도 개편 목소리도

추민선 기자 기자  2025.09.24 10: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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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전격 반납하면서 업계의 시선은 남은 신세계면세점의 행보로 쏠리고 있다. 신세계마저 철수를 결정할 경우, 인천공항은 차기 사업자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세계 허브 공항'의 위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인천공항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계약 체결 이후 불과 2년 만이다. 회사 측은 "소비패턴 변화, 구매력 감소, 임대료 협상 결렬 등으로 영업 지속이 불가능하다"며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결정을 인천공항 면세사업의 구조적 문제로 본다. 신라·신세계가 공항 측에 내는 임대료는 월 300억원대, 연간 3600억원에 달한다. 매출과 무관하게 여객 수에 따라 산정되는 현 구조는 과거 단체 관광객과 중국인 쇼핑객이 몰렸을 때는 유리했지만, 고환율·중국 하이난 면세섬 부상·온라인 최저가 확산 등으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이에 호텔신라는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법원의 조정신청을 제기했다. 최근 인천지방법원은 인천공항공사에 신라면세점의 임대료를 25% 인하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공사 측은 법원의 강제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조정안은 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호텔신라는 인천공항 철수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남은 변수는 신세계다. 앞서 법원은 공사 측에 DF2(향수·화장품) 권역에 영업 중인 신세계면세점의 임대료를 27% 인하하라는 강제조정을 내렸다. 하지만 공사는 신라면세점과 같이 이의를 제기했다. 조정안의 효력이 사라진 가운데 신세계면세점은 소송과 철수,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세계그룹이 이번 주 단행할 정기 임원인사도 변수다. 무게감이 큰 사안인만큼 관련한 의사 결정은 이르면 이번주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신세계그룹의 인사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추석 연휴가 10월 초에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연휴 이전에 인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향후 대응과 관련해 신중하게 상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신세계가 철수한다면 인천공항은 재입찰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롯데·현대백화점면세점·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의 참여 여부는 불확실하다.

롯데는 과거 고임대료 부담으로 사업권을 반납한 뒤 실적을 개선, 복귀 명분이 약하다. 현대백화점은 시내 면세점 경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무리한 확장이 부담이다. CDFG는 자본력과 중국 내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하지만, 외교·정치적 리스크가 걸림돌이다. 후보 모두 소극적이라면 유찰 사태와 임시 운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재입찰에 나서야 하는 인천공항 입장에서는 임대료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이 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한 데 대해 인천지방법원이 '신라면세점 임대료 25%를 깎아줘야 한다'는 강제조정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관측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잔류 사업자가) 임시 운영 시에는 해당 사이트에 대한 임대료 감면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규 사업자가 정해질 경우 마찬가지로 임대료는 현 수준 대비 낮게 낙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단순한 임대료 인하가 아니라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처럼 승객 수에 연동된 임대료 방식은 코로나19 이후 회복된 여객 수와 달리 낮아진 구매율, 개인화된 여행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한다. 매출·수익성과 연동된 합리적 산정 체계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재입찰 흥행은 커녕 면세산업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주요 허브 공항의 면세점 임대료 산정 기준을 보면 매출 연동 방식이 일반적이다. 인천공항처럼 '여객 수'라는 외부 변수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한국 면세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매출 기반 산정 체계 등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