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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안정' 아쉬움이 남는 이유

김주환 기자 기자  2025.09.05 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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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 두 달. 투기 수요 억제와 집값 안정을 내세운 정책은 다주택자의 투자 열기를 꺾었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 대출 한도 축소로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점이다. 집값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대출 규제는 집값 급등을 막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과거 경험에서도 확인되듯, 과도한 대출은 투기 수요를 자극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낳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973건으로, 6월(1만1933건) 대비 75% 급감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7.8%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연립·다세대 매매도 3831건에서 1914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단기 과열세를 진정시키는 효과만 놓고 보면, 정부의 규제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중대형 아파트일수록 거래 위축이 두드러졌다. 전용 102㎡ 초과 135㎡ 이하의 거래량은 1358건에서 277건으로 줄어들며 80% 급감했다. 60㎡ 초과 85㎡ 이하도 77% 감소했다. 

이처럼 전 면적대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매매 시장은 얼어붙었다. 다주택자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은 긍정적 평가다. 하지만 실수요자의 발길마저 막힌 점은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불편을 주더라도, 집값 안정이 장기적으로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주장한다. 집을 재테크 수단이 아닌 생활 터전으로 되돌려놓는 과정에서 일정한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집값 안정 없이는 주거 불안 해소도 없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청년과 신혼부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 분석에 따르면 전세대출 보증 한도 축소 이후 수도권 연립·다세대 전세 계약의 약 27.3%가 기존 조건으로는 대출이 불가능해졌다. 서울은 21%, 경기는 36.8%, 인천은 45.9%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대출받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청년·신혼부부의 계약 성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는 "어제와 오늘이 왜 다르냐"는 항의가 이어지고, 이미 계약금을 낸 이들은 갑작스러운 차액 발생에 발을 동동 구른다.

우리나라의 주거비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선을 넘어섰다. OECD에 따르면 가구 소득의 30% 이상이 주거비로 지출 시 '위험 수준'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24년 기준)에 의하면 수도권 청년 가구 주거비 부담률은 이미 35~50%에 달한다. 

문제는 전세에서 월세 전환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월세로 전환될 경우 매달 고정 지출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이는 곧 결혼과 출산 계획을 미루게 만드는 직접적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청년들 사이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아니라 못 낳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세대 간 자산 격차도 뚜렷하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순자산 평균은 약 2억2158만원으로 지난 7년간 1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평균 순자산은 42.2% 늘어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는 집을 통한 자산 증식 기회가 청년 세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물론 대출 규제는 필요한 정책이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사회 전체로 부담이 전이되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다만 이미 계약 단계에 있는 세입자에 대한 배려와 청년·신혼부부 등 미래 성장 동력 인재들을 고려한 정책이 조금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