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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마무리도 창업의 일부"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 발간

실패 낙인 지우고, 재도전 기회로···창업자 증언과 정책 제언 한자리에

김우람 기자 기자  2025.09.02 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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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폐업은 실패가 아니라, 신뢰를 해체하는 과정"

2일 서울 강남 마루180 지하 이벤트홀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아산나눔재단이 공동 주최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이 공개됐다. 이번 가이드북은 스타트업이 절차적 오류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도록 돕는 실무 매뉴얼로, 집필에는 법무법인 미션이 참여했다.


행사에 앞서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창업 초기엔 지원과 정보가 넘치지만, 정리 단계에선 막막하다"며 "마무리를 가치중립적으로 바라보고, 투명하게 절차를 밟아야 신뢰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창업 생태계는 실패와 재도전까지 포괄해야 지속가능하다"며 "이번 가이드는 단순한 법률 절차서가 아니라, 무너짐 이후에도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생존 매뉴얼"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주식회사는 사업과 자본이 결합된 고도의 신뢰 시스템"이라며 "투자자와 채권자, 임직원과 고객과의 신뢰를 안전하게 해체하는 것이 마무리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투자계약상 개별 동의권 구조가 다운라운드와 청산형 M&A를 어렵게 만든다"며 "평소의 투명한 소통과 거버넌스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웅 슈퍼래빗게임즈 대표는 "가장 어려웠던 건 스스로 멈춤을 인정하는 일이었다"며 "직원과 가족에게 설명할 언어조차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런웨이로 투자자와 팀원에게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했더니 열흘 만에 폐업 동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그 과정이 결국 다시 도전할 용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하영 전 도그메이트 대표는 "투자자에게 '망할 거면 빨리 망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생태계가 실패를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며 "폐업 후엔 연대보증이 사라졌다고 해도 기관 대출 접근이 막히는 등 2차 피해가 크다"고 호소했다.

박희덕 트랜스픽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한국은 채권자와 투자자, 임직원의 이해가 얽혀 창업자 혼자 조정하기 어렵다"며 "평소 그라운드 룰을 정해 두지 않으면 위기 시 갈등이 더 커진다"고 조언했다.

김성훈 변호사는 "스타트업 회생은 현금 창출 능력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법인 파산도 예납금 500만원조차 없어 신청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금융과 모태펀드 등 공적 LP가 감사 리스크를 피하려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패를 단죄하기보다 재도전을 가능케 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배임과 횡령 등 일탈에는 엄정한 책임을 묻되 결과적 실패는 용인해야 한다"며 "창업자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회복 탄력성을 만들어야 혁신의 토양이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은 마무리 전 점검 리스트와 절차별 상세 안내, 투자자·임직원·고객 등 이해관계자 대응 가이드, 청산·파산·회생의 차이와 청산형 M&A 전략 등을 담았다. 법과 세무 절차뿐 아니라 임금·퇴직금 지급과 고객 환불·데이터 이전, 채권자 협의 등 현실적 조언을 정리했다.

최유나 아산나눔재단 경영본부장은 "폐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도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가이드북이 창업자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가이드북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아산나눔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