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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도로…광주, 싱크홀 안전지대 아니다

노후 지하시설물·폭우가 부른 불안한 도시…기후위기 경고음

김성태 기자 기자  2025.08.25 17: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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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반복되는 싱크홀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출근길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지름 50cm 남짓한 소형 싱크홀부터 폭우 직후 아스팔트가 내려앉는 대형 지반 침하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남구 백운동, 동구 금남로, 서구 화정동 등 주요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차량 통행이 제한되고 교통이 마비됐다. 크기는 직경 50㎝에서 1m, 깊이 40~50㎝ 수준이지만 시민 체감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도심 도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장면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7월 기록적 폭우는 위험성을 더 선명히 드러냈다. 사흘 동안 478㎜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이 기간에만 9건의 싱크홀이 신고됐다. 동구 지산동 호텔 앞 도로와 계림동 서방사거리 인근에서는 폭 1m 이상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차량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일부 지점은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과 인접해 있어 반복적인 공사 차량 통행과 지반 약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간당 8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노후 지하시설물 주변 토사를 씻어내며 지반 붕괴를 촉발한 것이다.

광주가 싱크홀에 더 취약한 구조적 배경도 분명하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에서 수천 건의 지반 침하가 보고됐고, 광주는 인구와 면적에 비해 높은 발생 빈도를 보였다. 가장 큰 원인은 노후 지하시설물이다.

1970~80년대 도시 팽창기에 매설된 상·하수관, 통신·가스관이 지금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다. 내구연한을 훨씬 초과한 관로는 균열이나 누수로 토사를 쉽게 유실시키며 지반 약화를 부른다. 실제 백운동 싱크홀도 땅속에 방치된 폐공관으로 토사가 빠져들어가며 발생했다.

여기에 도시철도 2호선 공사와 대규모 재개발 등 굴착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 차량의 반복 통행과 진동은 도로 하부의 지지력을 떨어뜨려 지반 침하 위험을 키운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가 겹치면 위험은 더욱 커진다. 과거에는 수십 년에 한 번 있던 폭우가 이제는 일상화되고 있어 기존 기반시설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문제는 광주가 여전히 사후 복구 중심의 대응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싱크홀이 발생하면 도로를 차단하고 긴급 복구에 나서지만 근본 원인 해결은 더디다. 전문가들은 지하시설물 전면 조사와 교체 사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위험도가 높은 지역을 우선 지정해 지하공간 안전영향평가를 강화하고 선제적 보강을 추진해야 한다.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도 대안으로 꼽힌다. 지하에 센서를 설치해 토사 유실이나 누수, 미세한 지반 변화를 감지하면 사전 경보가 가능하다.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지반 이상 조기경보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광주 역시 조속한 도입이 요구된다. 집중호우에 대비한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단시간 폭우에도 하수관이 제 기능을 하도록 우수관 확장과 빗물 저류조를 확대해야 한다. 도로 균열이나 꺼짐을 시민이 즉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성화해 초기 대응 시간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광주의 싱크홀 문제는 단순히 도로 보수 차원을 넘어 도시 안전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다. 전문가들은 노후 지하시설물 교체와 기후위기 대응을 병행하지 않으면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방이 곧 안전이라는 원칙 아래 사후 복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지금 광주에 가장 절실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