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 회사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이 전세계인의 뇌리 속에 한국을 연상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으로 전세계 화장품 고객사 약 4000여 곳, 매출액 2조원 'K-뷰티'의 선봉장으로 80억 세계인의 마음을 훔친 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콜마그룹이다.
'K-뷰티' 신화를 만들어 낸 중심에는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있었고 그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혁신 그리고 임직원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찬란한 금자탑이다. 하지만 최근 금자탑의 균열이 발생했다.
윤동한 회장과 딸 윤여원 콜마BNH 대표이사의 연합과 장남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콜마그룹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단순히 가족 간의 지분 싸움이 아니다. 필자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아버지와 딸이 손을 맞잡으며 장남과 대립각을 세운 바로 그 순간부터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피상적으로는 가족 내 권력의 재편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손, 흔히 일본 무사(武士) 사회에서 대리인을 뜻하던 ‘카게무샤(影武者)’ 즉, 배후자(背後者)의 존재가 예상된다. 이 그림자 같은 존재가 아버지와 딸 연대의 전략을 세심히 조율하며, 마치 바둑판 위 돌을 두듯 수순을 이끌고 있는 듯하다.

재계의 경영권 분쟁은 대부분 표면적인 지분율과 의결권 다툼으로 요약되지만, 콜마의 사례는 다르다. 아버지와 딸은 단순한 혈연의 동맹을 넘어, 그들의 뒤를 받쳐주는 누군가의 설계와 조력을 토대로 정확히 톱니바퀴가 맞아 떨어지듯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일련의 의사결정의 방향성과 전략적 대응의 치밀함은 단순한 ‘가족회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이 때문에 이번 분쟁을 단순히 ‘부녀 연합 vs 장남 단독’의 구도로 규정하는 것은 표면적 해석에 불과하다.
오히려 핵심은 “누가 아버지와 딸의 동맹 뒤에서 실질적인 힘을 행사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있다. 그 존재는 재계 내 오랜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일 수도, 법률·금융 분야에서 정교한 해법을 제시하는 전략가일 수도 있다. 때로는 특정 투자 세력의 이해관계가 투영된 조직일 수도 있다.
카게무샤는 원래 전장(戰場)에서 주군을 대신해 몸을 내세우는 자였지만, 오늘날 재계에서의 카게무샤는 더 은밀하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대신 의제와 담론을 조율하며 최종 결과를 지배하며, 특정 집단에 최대치의 이익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콜마의 분쟁은 단순한 가족 분쟁이 아니다. 이는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취약성과 권력 승계 과정에서 드러나는 근본적 균열을 다시금 드러낸 사건이다. 동시에 아버지와 딸의 연합이 어떤 의미에서 ‘자발적 동맹’인지, 아니면 ‘연출된 동맹’인지 묻는다면, 그 해답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남매 간 갈등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의 섬세한 개입이 낳은 권력의 변주곡이라는 점이다. 즉, 정확한 '타이밍'을 노린 것이다.
콜마는 ODM 산업의 개척자로 한국을 넘어 세계 화장품 역사에 족적을 남긴 기업이다. 바이오 산업에서도 무궁한 가능성을 품고 있으니 특정 세력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에 '최고의 순간'이 온 셈이다. 전 세계 화장품과 바이오 시장에서 콜마의 입지는 결코 작지 않다. ODM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콜마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와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6년 전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에 대한 극우 논란이 일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질 당시 썼던 칼럼이 기억난다. - [발행인칼럼]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을 위한 '변명' (2019년 8월12일 자)
윤동한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자(字)인 여해(汝諧)에서 따 '서울여해재단'을 세우고 '이순신학교'를 통해 충무공의 생애와 리더십에 대한 강연을 펼치면서 누구 보다 앞장 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윤 회장은 2016년 10월, 한민족의 예술작품의 정수로 꼽히는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쑥스러워 했던 모습을 필자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편향된 시각은 철저히 배제하고 민족과 기업의 미래를 위해 아낌 없이 희생한 그 영웅과도 같은 모습을 말이다.
역사는 종종 무대 앞의 인물이 아니라 무대 뒤의 연출자에 의해 쓰인다. 콜마의 경영권 분쟁 역시 그렇다. 지금 드러난 장면은 빙산의 일각일 뿐 배후자(背後者)의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이 싸움의 결말을 위해 혈연을 넘어선 '그림자의 설계도'에 끌려갈 것인가 아니면 '혈연의 손'으로 분란을 종식하고 미래를 여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만약 미래를 포기하고 경영권 분쟁이라는 퇴행적 유산에 매달려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이룩한 성취를 무너뜨리는 첩경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윤동한 회장의 결단이다. 그리고 그 결단은 분명하다. 모든 분쟁을 멈추고, 기업 가치와 브랜드 위상 그리고 10년 뒤 글로벌 리더십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이종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