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치과에서 약이나 장치 대신 "앱을 6주 동안 사용하세요"라는 처방을 받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비욘드메디슨(대표 김대현)은 턱관절 장애 치료용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클릭리스(Clickless)'를 개발하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치과 분야 최초로 식약처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이 앱은 환자의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턱관절 장애는 입을 벌릴 때 통증이 있거나 턱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이다. 국내에서만 통계적으로 매년 200만명 이상이 겪는다. 주로 20~40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스트레스와 잘못된 생활습관이 주요 원인이다. 지금까지는 약물 복용이나 교합장치 착용으로 증상을 완화했지만, 근본적인 습관 교정이 이뤄지지 않아 절반 이상이 재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비욘드메디슨은 이런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클릭리스는 하루 5~10분, 6주 동안 환자가 앱을 실행하며 명상·재활운동·교육 콘텐츠를 수행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면 환자는 집에서 꾸준히 치료를 이어갈 수 있고, 모든 기록은 다시 의료진에게 전달돼 진단 자료로 활용된다.
김대현 대표는 "타이레놀을 먹으면 두통이 줄어드는 것처럼, 앱을 잘 사용하면 턱관절 통증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임상 근거도 확보됐다. 지난 2022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 탐색 임상에서는 환자 90% 이상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등에서 진행한 확증 임상에서는 가짜앱 대비 통증 개선 효과가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최대 개구량 증가, 악습관 개선 효과도 함께 확인됐다. 연구 결과는 치과학계 권위 학술지 Journal of Dentistry에 발표되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식약처는 클릭리스를 치과 분야 최초의 혁신의료기기로 지정했다.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턱관절 치료의 새로운 표준 가능성을 공인받았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전국 1000개 이상의 치과가 도입 의향을 밝혔다. 비욘드메디슨은 2026년까지 2000곳 이상에서 처방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국 치과는 2만곳에 달해 유명 편의점보다 많을 정도다. 병원 수가 많은 만큼, 보급 속도도 빠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치과 시장은 비급여 진료 비중이 90%에 달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진료비를 직접 부담하는 구조에 익숙해, 비급여 처방이 필연적인 디지털 치료제가 진입하기 좋은 환경이다. 회사는 환자 부담을 6만~1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는 기존 치료 비용과 비교해 환자가 납득할 수 있는 금액이면서, 병원과 회사가 수익을 나눌 수 있는 구조다.
디지털 치료제는 전 세계적으로 200개 이상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에서의 실제 성공 사례는 드물다. 국내에서도 9개 제품이 허가됐지만 대부분 상용화 단계에서 난관을 겪었다. 환자 참여율이 낮고, 의료진 수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릭리스는 주 환자층이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한 20~40대 여성이라 참여율이 높다는 강점을 가진다. 실제 임상에서도 85% 이상의 높은 순응도가 확인됐다.
김 대표는 "앱을 4번이나 개편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다"며 "게임 요소와 피드백 시스템을 넣어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동시에 '관리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이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지금까지 약 21억원을 유치다. 윤민창의투자재단를 비롯한 △티에이어드바이저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신용보증기금 △삼성화재 등이 참여했다. 삼성화재(00810)의 전략적 투자는 향후 보험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평가된다. 또한 씨엔티테크가 운영하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육성플랫폼 IBK창공 구로 14기 선정, 탭엔젤파트너스 운영, 인천테크노파크 바이오센터가 주관하는 '인천 바이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전 세계 최초로 턱관절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점, 실제 병원에서 처방될 수 있는 현실성이 높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크게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 전략도 착실히 진행 중이다. 미국 FDA에는 사전검토를 제출해 '신기술(Novel Technology)'로 인정받았다. 오는 2026년 미국 임상시험을 시작해 2027년 인허가를 목표로 한다. 미국에서는 병원 처방 외에도 소비자가 직접 앱을 구입해 쓰는 OTC(Over-The-Counter) 모델이 가능해, 한국보다 시장 확장성이 크다. 중국은 허가 절차가 복잡해서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진출을 준비 중이고,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 전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의 창업 배경은 의사로서의 한계에서 출발했다. 그는 치주과 전문의로 13년간 환자를 진료했다. 그는 "평생 만날 수 있는 환자 수가 정해져 있다는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군의관 시절 '도전 K-스타트업' 대회를 계기로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전역 후 본격적으로 회사를 세웠다.
현재는 치과 교수진과 개발·인허가 전문가 및 변리사 등 12명의 인력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개업의사로 남았다면 돈은 벌 수 있었겠지만,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향후 비욘드메디슨은 턱관절 장애에 그치지 않고 긴장성 두통 등 얼굴 관련 질환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 생활습관과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앱 기반 행동 교정과 재활 치료가 효과적인 영역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김 대표는 "치과 비급여 시장에서 첫 성공 사례를 만들고, 디지털 치료제가 실제 환자의 삶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5년 뒤 클릭리스가 전 세계 턱관절 장애의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욘드메디슨은 기존 의학을 넘어서는(Beyond Medicine)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해, 한국의 의료 기술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더 많은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