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군 간부들은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안고 복무한다. 그러나 이들이 전역하여 사회에 복귀하는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오랫동안 국가를 위해 헌신한 만큼, 전역 후 마주하는 삶과 기회는 지나치게 불균형하다. 특히 군인연금 수급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전역하는 중·장기 복무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제도적 공백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다.
현재 국가보훈부는 5년 이상 복무한 제대군인 중 군인연금 수급 대상이 아닌 이들에게 전직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5년 이상 10년 미만 복무자에게는 월 58만원, 10년 이상 19년 6개월 미만 복무자에게는 월 81만원을 최대 6개월간 지급하는 구조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구직급여 제도와 유사한 목적을 갖고 있지만, 실제 지원 금액과 기간 면에서는 큰 격차가 있다. 고용노동부의 구직급여는 퇴직 직전 평균임금의 60%를 최대 9개월간 지급한다. 2025년 기준으로 하루 상한액은 6만6000원이다. 월 기준으로는 19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군 복무를 마친 제대군인이 받는 전직지원금은 일반 직장인의 구직급여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군 복무자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차별은 군인이 고용보험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제도적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특히 진급 제한이나 장기 선발 탈락 등으로 인해 19년 6개월 미만 복무 후 전역하는 중사나 대위 계급 간부들은 군인연금도, 구직급여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전역이 개인의 의사보다 제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들에게 돌아가는 사회적 보장은 더욱 절실하다.
군 간부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복무 성과에 따라 전역 여부가 갈리는 구조에서, 전역은 곧 생계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전직지원금은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는 군 복무자들에게 실질적인 전직보장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모든 군 복무자는 의무복무 기간부터 고용보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일정 기금을 급여에서 정립하고, 전역 시점에 이 기금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전직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방식은 복무 연한과 연금 수급 여부에 따라 유연하게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
연금 수급 대상이 아닌 중·장기 복무 전역자는 정립된 기금을 통해 최대 9개월간 구직급여 수준의 전직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어야 하며, 연금 수급 대상자는 정립된 기금을 퇴직금에 합산된 일시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방식이 적절하다. 동일한 기금 구조 아래에서 개인별 조건에 따라 수혜 방식을 달리하는 설계는 제도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행 국가보훈부가 5년 이상 복무자를 중심으로 전직지원금을 운영하고 있는 구조는 유지하되, 5년 미만 복무한 단기 군 간부들에 대해서는 병무청이나 별도 기관이 유사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기 복무 간부 역시 전역과 동시에 재취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지원 장치는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전역자의 생계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군 복무 중인 간부들에게도 ‘복무의 끝이 불안이 아니다’라는 신뢰와 안정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병사 월급이 초급 간부와 유사한 수준에 도달하면서 간부 지원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군 간부 체계의 안정성은 위협받고, 나아가 국가 안보의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전직보장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친 이들이 사회에서도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며, 국가는 이들의 헌신에 제도로 응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 복무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국가의 보장이 이어지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보훈이고, 강한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박시범 서울지방보훈청 제대군인지원센터 취업상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