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AI 기술 고도화가 컨택센터 혁신의 핵심처럼 보이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KMAC 2025 채널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객은 여전히 민감한 상황(Critical Point)에서는 콜센터 상담사를 가장 신뢰하며(73.5%~80.7%), 전반적 만족도·재이용 의향·추천 의향·이용 용이성에서도 상담사가 챗봇보다 높다.
AI가 고객 여정 초반의 단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면, 상담사는 복잡하고 감정적인 사안을 맡는다. 그러나 이 구간은 부서 간 조율, 데이터 분석, 실시간 판단이 필요한 난이도 높은 업무다. 여기서 수퍼바이저는 AI가 수집한 정보와 상담사의 현장 판단을 연결하고, 케이스별로 해결 방향을 설계한다.
AI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엔진이라면, 수퍼바이저는 그 데이터를 '문제 해결'로 바꾸는 변환기다. 수퍼바이저가 파이프라인이다. Callcenter Japan 2025년 5월호에 의하면 컨택센터 수퍼바이저는 더이상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 '서비스 설계자'로 진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수퍼바이저들이 이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하루 종일 에스컬레이션 콜과 팀원 갈등 조정, 보고서 작성에 치여 전략적 사고를 할 시간이 없다. AI 도입 이후에 가외 업무는 늘어나는데 정작 AI-상담사 협업의 허점을 점검·개선할 겨를은 없다. 수퍼바이저가 이 변화의 중심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비전'을 그려야 한다. 목적지를 모르는 사람에겐, 어떤 버스를 타도 잘못 탄 것이다. '3년 뒤 , 5년 뒤 나는 누구로 성장할 것인가'를 탐구하고, 다양한 커리어 경로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운영 센터장, 컨설턴트, AI 기획자, 타부서 협상가, 데이터 지표 관리 전문가, 고객 경험·여정 설계 전문가 등 DX 시대에 필요한 관리자 직무는 다양하다. 각 직무별 이해와 함께 자신의 가치관과 적성을 탐구해야 한다. 나침반 없이 항해하면, 모든 바람이 역풍이 된다.
둘째,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AI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은 과감히 AI에게 넘기고, 확보한 시간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문제는 많은 리더들이 '무엇을 새롭게 할지'는 막막하고, '어떻게 AI에게 맡길지'도 모른 채, 여전히 반복적인 일에 허우적거린다. 지식관리, 콜 분석, VOC 분석, 실적 집계, 모니터링, 교대표 작성, 콜량 예측, 다빈도 콜 분석 등 반복 업무는 AI로 효율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여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학습'을 견지해야 한다. 기존에 잘했던 것을 때로는 멈춰야 하고 전혀 안해봤던 방식으로 새롭게 일해야 한다. 그러려면 학습이 필요하다.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아야 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한 아웃소싱 기업 임원에게 들었다. 원청사가 "아웃소싱 수주 제안 때 본사 임원이나 영업팀이 아닌, 현장 운영 수퍼바이저가 직접 PT를 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계약 단계에서 말한 사람과 실제 운영을 맡은 사람이 다르다 보니, 약속한 내용이 실행 단계에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현장 운영자가 계약 프레젠테이션, 원청사와의 커뮤니케이션, 개선 과제 도출까지 해내야 한다. 상담사만 돌보면서 근태관리만 해서는 안된다. 이제 수퍼바이저 육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시간 나면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내서 해야 할 일이다.
이는 보여주기식 교육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육성이 되어야 한다. 윌토피아는 컨택센터 수퍼바이저 육성 프로그램은 단발성 교육으로 끝내지 않는다. 밭을 가꾸려면 씨앗을 심은 시간만큼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자기주도 학습과 심화 코칭을 통합적으로 활용한다.
먼저 짧은 집합교육을 통해 각자의 성장 방향과 계획을 세운 후 한달간 매일 짧은 VOD 영상을 스스로 학습하고 실행과제를 제출하게 한다. 서로의 시행착오와 성과를 나누고 심화 코칭을 받는 온라인 라이브 학습 공유회를 6개월간 한달에 한번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마지막에는 사내 세바시 형태의 지식포럼을 개최한다. 물이 깊어야 고기가 모이듯, 학습도 기회를 주고 충분히 무르익혀야 체화된다.
최근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H사의 수퍼바이저들은 "6개월간 지속적으로 리마인드가 되어 학습습관이 생겼다, 상담사 코칭을 할 때 예전에는 준비시간도 길고 대화도 중언부언이었는데 요즘은 10분내로 핵심을 말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내가 개발하고 싶은 관심분야를 집중학습하고 코칭받아 자율적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 컨택센터 업무 전문성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게 되었고 업무 처리시간도 대폭 감소했다"라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하루만 바짝 물을 주고 그만두면 나무는 자라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회적 교육이 아니라 여러 채널과 시점을 통합하여 상시학습이 필요하다.
컨택센터의 경쟁력은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AI와 사람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결합의 허리이자 브레인이 바로 수퍼바이저다. AI 고도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가장 잘 쓰게 만드는 사람을 키우지 않으면, AI는 오히려 복잡성을 키울 뿐이다. AI에 투자하는 만큼, 수퍼바이저 육성에 투자하라. 그것이 컨택센터의 미래를 키우는 길이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