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기자 기자 2025.07.26 16:24:33
[프라임경제] 광주시의회가 개원 이래 처음으로 무소속 시의원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장에 선출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밀실 쪽지 투표'가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의회의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주의 원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문제의 회의는 지난 22일 오후 열린 예결위 자리였다.
예결위원 9명(민주당 소속 7명, 무소속 1명, 국민의힘 1명)은 예결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모였고, 사전에 준비된 공식 투표 대신 의회사무국 직원을 모두 내보낸 뒤 30~40분간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끼리 자체적으로 작성한 쪽지를 통해 투표가 이뤄졌고, 이후 무소속 심창욱 의원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발표됐다.
공식적인 절차는 없었다. 투표와 개표는 정무창 의원이 단독으로 진행했으며, 표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표를 받은 박미정 의원은 즉각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외형적으로는 '합의 추대'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은폐된 투표'였다는 것이 사건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이 심창욱 의원에게 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해당행위' 논란이 불거졌고, 민주당 광주시당은 예결위 구성부터 선출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김형석 더불어민주당 시당 조직국장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을 문제로 인식하고 조사 중이며, 민심의 비판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시사했다.
기자와 통화에서 민주당 정무창 의원과 강수훈 의원은 이 사안을 주도했는지를 둘러싼 해명이 엇갈렸다.
정무창 의원은 "강수훈과 나, 통화 한 번 한 적 없다"며 주도설을 부인했으나, '합의 추대'가 어떻게 성립했는지에 대해선 모호한 답변을 반복했다. "합의 추대는 합의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는 표현은 사실상 비공식적 사전 조율 가능성을 시사한다.
강수훈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 과정에 대해 "결국 선출직은 권력 의지가 강한 사람이 차지하게 돼 있다"며 노골적인 권력 투쟁의 단면을 드러냈다. 그는 "전반기 때 직책을 맡았던 인물이 후반기에는 그 자리를 이어받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고, 이는 결국 권력 구도의 재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그는 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된 인물에 대해 "재산도 많고, 주식도 백지신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권력 의지가 매우 강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발언은 결국, 정책 역량이나 협의보다는 권력 의지와 자산 배경이 자리를 결정짓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정당 내부 민주주의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성찰 없이 '의지가 강한 사람이 차지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당연시된다면, 의회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요원하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는 "부위원장은 존재감이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 국민의힘 김용임 의원의 부위원장 선출에 대한 의도도 애매하게 비껴갔다.
시당 조사에 나선 김형석 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조사 중이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수차례 말을 아꼈지만, 조사 착수 자체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조국혁신당 광주시당은 "전체 23석 중 21석을 가진 다수당이 국힘과 무소속에게 예결위 요직을 맡긴 것은 촛불 민심에 반하는 오판"이라며 민주당을 직격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이번 사안은 '합의 추대'라는 명분 아래 실제로는 쪽지 투표와 은폐, 사전 교감이 뒤엉킨 전형적인 밀실정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 내부조사 결과와 향후 처리 방향에 따라, 광주시의회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