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문 앞에 쿠폰 사용 여부 적혀 있어요. 확인하고 물건 담으세요."
여든이 넘은 한 소비자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살림살이를 사기 위해 다이소 매장을 방문했지만, 결국 그는 담은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두기 위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22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골목상권과 내수 진작을 위해 지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소비자들은 '어디서 사용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고 있다.
점포 직원들은 매장 입구에 붙여진 스티커를 확인하라고 안내하지만, 모든 점포에 스티커가 부착된 것은 아니었다.
소비쿠폰은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매장으로 사용처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다이소, 올리브영 등 대기업 직영점은 사용처에서 제외되지만, 같은 브랜드의 가맹점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직영점과 가맹점을 한눈에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편사항을 개선하고자 올리브영, 다이소, 프랜차이즈 매장은 공식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 리스트'를 공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에게는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한다.
소비자 A씨(만 83세)는 "손주가 알려줘서 신청은 겨우 했는데, 어디서 써야 하는지가 너무 복잡하다"며 "젊은 사람들은 쉽게 인터넷으로 다 검색하고 구매하지만, 우리 같은 노인들은 사용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카드사 앱으로 사용처 확인하고 갔는데도 사용 불가라고 적혀 있다"며 "전화해서 물어보니 전부 안 된다고 한다. 지역구별로 소비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쉽다"며 후기를 남겼다.
또한 키오스크 및 테이블오더만 사용 중인 매장도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다.
이처럼 정부의 간결한 안내와 달리 사용처 제한은 복잡했다.
기자가 직접 24시 무인 매장에 방문해 키오스크로 결제를 시도해 봤으나,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없었다. 무인 매장 점주는 "결제대행사(PG)가 결제 정보를 모아서 한 번에 카드사에 전달하고 청구하는 방식"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 매장이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지 산정할 수가 없어서 쿠폰 사용 매장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들이 살아남기 힘든 시기에 인건비라도 줄여보려고 무인 매장으로 장사를 시작했다"며 "이번 소비쿠폰으로 매출이 좀 오르나 기대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근처 또 다른 식당은 한 노부부가 운영 중이었다. 그들은 "손님들이 소비쿠폰 사용되냐고 물어보는데 이게 결제가 된 건지 알 수 없다"며 "너무 복잡해서 소비쿠폰은 지역화폐 손님들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소비쿠폰과 관련해 많은 문의글이 올라오고 있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자영업자들은 "가맹점 등록은 어떻게 하나요?", "손님이 소비쿠폰 카드를 주셔도 결제가 안 된다"고 글을 게시했다.
아울러 관할 지자체마다 일반음식점과 유흥업소·주점 구분 기준이 달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혼란을 빚고 있다.
자영업자 B씨는 "유흥업소도 아니고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주점임에도 구청에서 다 막아뒀다"며 "진정 민생회복을 위한 정책인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진작 정책이 '형식적 기준'보다 '실제 소비 환경'을 반영해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영업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브랜드가 아닌 운영 주체만을 기준으로 소비처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매장을 정책에서 배제하는 꼴"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편, 2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차 신청 사흘 만에 전체 대상자의 57.1%인 2889만명이 신청했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지급액수는 5조2186억원에 달한다.
1차 신청 기간인 7월21일부터 25일까지 신청하지 못한 이들은 오는 26일부터 9월12일 오후 6시까지 출생연도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소비쿠폰 사용 기한은 11월3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