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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구석구석] 고려 신사와 한국식 야키토리 '사이타마현'

장범석 칼럼니스트 기자  2025.07.25 13: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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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이타마현은 수도권을 구성하는 8개 현 중 하나다. 간토 지방 중서부에 위치하면서 도쿄 23구와 길게 경계를 맞댄다. 2015년 국세조사에 의하면, 사이타마현 주야간 인구 비율이 88.9%로 일본에서 가장 낮고, 도쿄로 유입되는 인구가 93만명에 달한다. 현 주민 10% 이상이 낮 동안 도쿄에서 활동한다는 의미다. '사이타마토민(埼玉都民; 사이타마 거주 도쿄도민)'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사이타마현은 이런 입지를 기반으로 바다가 없는 내륙현이면서도 인구가 많고, 인구 밀도도 높다. 면적(3797㎢)은 전국 39위에 불과하지만, 인구(732만5000명)는 5위, 인구밀도는 4위에 해당한다. 현 내 총생산액 전국 5위, 재정력 지수는 전국 6위다. 

사이타마현에는 40시 22정 1촌 총 63개 행정구역이 있다. 전국 47 도도부현 중 도시 수 1위, 행정구역 수는 3위다. 

주요 거점은 △현청 소재지이자 프로축구 '우라와 레즈' 본거지 사이타마시(135만4000명) △현 대표 공업도시 가와구치시(川口市 59만5000명) △유명 쇼핑가 '크레아몰'이 자리한 가와고에시(川越市 35만4000명) △프로야구 '사이타마 세이브 라이온스' 본거지 도코로자와시(所沢市 34만명) △서부 지치부지방 중심도시 지치부시(秩父市 5만5000명) △'일본 워킹대회(3일간)' 개최지 히가시마쓰야마시(東松山市 9만2000명) 등이다. 

사이타마현은 고구려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1300여년 전 이곳을 무대로 전개된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간단히 소개한다(위키피디아 재팬 참고). 

현 남서쪽 인구 5만여명 소도시 히다카에 토속 종교시설 '고마진자(高麗神社; 고려신사)'가 있다. 고대 이 지역을 다스린 고구려 왕족 '고마작코(高麗若光; 고려약광)'을 제사하는 곳이다. 

고구려 보장왕 아들로 알려진 약광은 668년 고구려가 멸망하자 망명자들과 함께 이곳에 터를 잡았다. 일본 조정은 일대를 고마군으로 명명하며 정착을 도왔고, 약광에게 '고마(고려)'라는 성을 하사했다. 그리고 약광이 죽자 그를 기리는 신사가 세워졌다. 

오늘날 히다카시에는 신사 외에도 고마가 붙은 강 이름과 역명이 실재한다. 참고로 일본에서 고구려를 '고려'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중국 수당 시대 역사서에 나타난 표기 방식을 따랐기 때문이다. 

한국과 교류하고 있는 사이타마현 지자체와 파트너 지자체 협약 내용으로는 △사야마시-통영시(과거 충무시) 1973년 우호도시 △히가시마쓰야마시-원주시 2007년 우호도시 △지치부시-강릉시 1983년 자매도시 △도코로자와시-안양시(수도권 베드타운 공통점) 1998년 자매도시 △히다카시-오산시(고대 고구려와 인연 매개) 1996년 자매도시 등이다. 

사이타마현에는 여객용 공항이 없다. 도쿄도와 촘촘한 교통망(특히 철도)을 이용해 하네다 공항 또는 나리타 공항에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 관광지

#철도박물관 

JR동일본 재단이 도쿄도 교통박물관을 대체하는 시설로 2007년 신축 개관했다. 철도 초기부터 고속철까지 시대별 차량 실물이 8개 존에 전시됐다. 철도 원리와 구조, 최신‧미래 기술 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일본에는 200개 넘는 철도 회사가 있으며, 박물관‧기념관 등도 거의 비슷한 숫자만큼 존재한다. 그 가운데 전시 내용과 규모에 있어 이곳 박물관이 압권이다. 

사이타마 시내 뉴셔틀(이나선) 라인으로, 철도 박물관역 하차


#사이타마시 오미야 분재미술관

세계 최초 분재를 특화한 공립미술관으로, 2025년 4월 '개관 100주년'을 맞았다. 

컬렉션 갤러리에서 분재작품‧화분‧수석‧회화‧역사‧민속자료 등 다양한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계절별로 약 60점이 전시되는 분재정원에서 햇빛 방향이 조절되는 회전 전시대 분재도 볼 수 있다. 

JR도로(土呂)역 동쪽 출구 도보 5분

#고다이하스노사토(古代蓮の里)

14헥타르(4만2000평) 면적에 12만 주 연꽃이 자생하는 수생식물공원이다. 1970년대 초 습지대 공사 중 출토된 1400~3000년 전 종자가 발아해 장관을 이루며 공원이 조성됐다. '고다이하스'는 고대 연꽃, '사토'는 마을을 의미한다. 

연꽃은 6~8월이 개화 시기며, 원내에는 세계 각국 연꽃 40여종도 함께 서식한다. 7~10월에는 주변 논에 글자 또는 이미지를 생성해 150m 타워에 올라 조망하는 '단보(논) 아트'가 펼쳐진다. 2025년 테마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귀멸의 칼날'이다. 

JR교다(行田)역에서 순환버스로 공원 앞 하자 후 도보 1.8㎞ 
   
#고마진자(고려신사)

내용은 본문 참조. JR고마가와 역에서 도보 약 20분  

◆향토 음식


#야키토리(꼬치구이)

일본에는 '7대 야키토리'가 있다. 전국 수많은 꼬치구이 중 부위와 조리법, 양념 등이 오랜 세월 입소문을 타고 순위에 오른 것들이다. 이중 하나가 히가시마쓰야마역 주변 50여 점포에서 제공하는 야키토리다. 

야키토리는 본디 닭고기가 주재료이지만, 이곳에서는 돼지 특수 부위(머리‧간‧염통 등)를 구워 매콤한 된장소스와 함께 낸다. 해당 요리는 1958년 한국 출신 '다이마쓰야(大松屋)' 초대 점주가 고안해 주변 일본인에게도 전파했다고 전해진다. 

#제리프라이

비지와 으깬 감자에 파‧인삼‧밀가루‧달걀을 섞어 식용유에 튀긴 고로케다. 별도 튀김옷을 사용하지 않아 표면에 돌기가 없고 매끈하다. 

이름이 '제니후라이(銭富来; 돈이 풍부하게 들어온다)'에서 유래하고, 외관도 에도시대 금화인 '고반'을 본떴다는 게 흥미롭다. 

#우데만주

밀가루 음식문화가 발달해 지역별로 다양한 만두가 있는 사이타마현. 첫 수확 밀을 사용한 우데만주는 오본(백중) 때 부처님께 바치는 신성한 공양물에서 유래한다. 

만두라고는 해도 안에 팥앙금이 들어가 찐빵 분위기가 나는 음식이다. 다만 반죽에 효모균을 사용하지 않고 열탕에서 삶아내 푹신한 느낌은 없다.

#다라시야키

현 서부 산악지대 지치부지방 밀가루부침개 요리. 재료로 시소(자소)‧쪽파‧샤쿠시나(전통야채) 절임 등 계절 채소가 들어가고, 간장소스를 찍어 먹는다. 

이자카야(선술집)에서 단골 술안주로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