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장과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청력을 잃은 A씨는 몇 해 전 청각 장애 진단을 받고 동사무소에 장애 등록을 마쳤다. 그는 단지 나이가 들어 청력이 나빠진 것이라 여겼고, 오랜 시간 시끄러운 작업장에서 노출된 소음이 직업병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이처럼 아직도 청각 장애 등록만 하고 산재 보상 신청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청각 장애 등록, 어떻게 진행되나?
청력이 지속적으로 손상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전문 의료기관에서 청력검사를 받은 뒤, 장애 정도 심사용 진단서(장애진단서)와 검사결과지 등을 발급 받아 거주지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 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 이후 심사를 거쳐 일정한 기준(예: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60dB 이상인 경우)에 충족하면 청각 장애로 등록된다. 이후 장애인 복지카드가 발급돼 각종 복지 혜택이 주어진다.
◆ 청력 소실이 업무로 인한 것이라면?
청각 장애 등록을 마친 사람 중 과거에 △탄광 △건설현장 △제조공장 △정비소 등 고소음 사업장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면, 그 손상이 단순한 개인적 소인이 아닌 업무상 질병, 즉 직업병일 수 있다. 난청이 노화 등 업무와 무관한 문제가 아닌, 직업 환경의 영향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반드시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 청각 장애 등록과 산재 보상, 전혀 다른 제도
장애 등록은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국가가 국민의 신체적 손상에 대한 지원을 사회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산재 보상은 국가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해 경제적 보상과 치료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청각 장애 등록과 산재 보상은 그 제도의 취지가 다르기 때문에 청력 손상이 업무와 관련 있다면 장애인 등록을 하였더라도 별도로 산재 신청을 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 소음성 난청,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소음성 난청이 산재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85dB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
2) 한 귀의 청력 손실이 40dB 이상
3) 중이염,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등 다른 원인에 의한 난청이 아닐 것
따라서 청각 장애인 등록을 마쳤고,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현장에서 일을 했으며, 소음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 청력 소실이 아니라면 직업성 난청이므로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 등록을 마쳤다면, 지금이 산재 보상 신청의 적기
난청은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이다. 따라서 산재로 인정되더라도 요양을 통한 회복이 아닌, 신체의 기능적 손실(노동능력 상실)에 따른 보상(장해급여)이 중심이다. 다른 보험급여도 마찬가지 이지만 장해급여의 청구권이 무기한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인 청구 권리가 사라지기 전에 속히 장해급여를 청구해야 한다. 아무리 업무 관련성이 명확해도 소멸시효를 넘기면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 등록을 마쳤다면 진단일자를 꼭 확인하고, 늦지 않게 산재 신청 및 보상 가능성을 검토해 봐야한다.
◆ 마무리하며
청력은 한 번 잃으면 다시 되찾을 수 없지만 보상받을 권리는 지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다. 진단일자, 소멸시효, 업무 관련성 판단 등은 일반인이 스스로 판단하기 다소 복잡한 사안일 수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제대로 된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
허종화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소망 부대표노무사
現 강북노동자복지관 노동법률상담위원
前 서울외국인주민지원센터 전문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