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대응해 투자를 확대하고 생산능력(CAPA) 증설에 속도를 낸다. 하반기 수요 둔화 및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를 일축하고, 내년 물량 '완판'을 목표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24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주요 고객사와의 협의를 통해 내년 공급 가시성을 확보했고, 이에 따라 올해 투자 규모는 기존 계획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증액분 대부분은 HBM 생산 장비 구매에 쓰일 예정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2분기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4%, 68.5%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률은 41%에 달했다. 특히 최신 5세대 HBM3E 12단 제품의 본격 출하가 실적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 '공급 과잉' 우려에 반박…"AI 진화가 수요 자극"
최근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005930)·마이크론의 시장 진입으로 HBM 가격이 하락하고 SK하이닉스 수익성도 둔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이 여파로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루 만에 9% 급락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AI 진화와 연계된 메모리 수요 증가를 근거로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송현종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은 "에이전트 AI, 피지컬 AI 등 차세대 모델은 기존 대비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를 자극한다"며 "AI 기반 PC·스마트폰 보급 확대, 각국의 소버린 AI 구축도 중장기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공급 계약도 '착착'…HBM4 양산도 차질 없이 진행
SK하이닉스는 올해 HBM3E 물량을 이미 '솔드아웃(완판)'했으며, 내년 주요 고객사와의 공급 계약도 하반기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HBM은 분기 단위 계약이 아닌 연 단위로 공급 물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 우려도 적다는 입장이다.
송 사장은 "고객사와의 초기 협력(얼리 인게이지)이 중요한 시장 구조로 재편됐다"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HBM4 제품도 순조롭게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으며,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가 상승 우려에 대해선 "대역폭 향상, 저전력 설계 등 기술 변화에 따라 가격 전략을 최적화 중"이라고 밝혔다.
◆中 H20 수출 재개 수혜…구형 D램은 중국 팹서 대응
미국 정부가 최근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칩 'H20'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SK하이닉스도 반사 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과거 H20에 HBM을 공급해온 이력이 있으며, "수요와 여건이 맞으면 빠른 공급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레거시(범용) D램 공급 부족에 대응해 중국 우시 반도체 공장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DDR4, LPDDR4X 등 구형 제품의 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팹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수출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고객 수요에 맞춰 기존 생산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