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시가 주택공급 물꼬를 트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젠 '속도'까지 붙인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착공·입주까지 평균 18.5년 상당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5.5년 단축, 실입주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오세훈 시장은 24일, 20년 가까이 표류한 신당9구역을 직접 찾아 '주택공급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더 많이, 더 빠르게'를 내건 이번 대책은 정비사업 모든 과정 병목을 해소하고, 인허가 지연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공급 체계를 전환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시는 이미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절반 이하로 줄인 바 있다. 이번 대책은 이를 한 발 더 나아가 △조합설립 절차 간소화 △행정절차 병행처리 △정비사업 전 단계 '처리기한제' 적용 등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구역지정부터 입주까지 기간을 평균 13년 수준으로 단축, 실질 체감 공급 시점을 5년 이상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이번 촉진방안에 있어 핵심은 단계별 병렬 행정이다. 지금까진 추진위 구성부터 사업시행인가, 이주·철거, 착공까지 선형 절차로 진행되면서 단계마다 평균 수년이 소요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심의·인허가를 '동시병행' 체계로 바꾼다.
특히 공공보조금 지급 요건 완화가 눈에 띈다. 기존에는 주민동의 50% 이상 충족 후 지급되던 보조금을, 정비구역 지정 직후 별도 동의 없이도 지원하도록 변경한다. 이에 따라 조합설립 준비기간도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역지정과 조합설립을 병행하면 평균 3.5년 걸리던 조합설립이 1년 이내로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의 또 다른 축은 정비사업 모든 과정에 걸친 정밀한 공정관리 시스템이다. 그동안 구역 지정 단계에만 적용된 '처리기한제'를, 정비사업 6단계 전체에 도입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총 42개 세부 공정을 설정하고, 단계별 처리기한을 명문화한다. 동시에 '공정촉진책임관'과 '갈등관리책임관'을 별도로 지정해 사업 지연 원인을 실시간 진단·조율한다.
공정촉진책임관은 일정 지연 원인을 파악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갈등관리책임관은 주민 갈등·민원 등 사업 외적 변수들을 중재·관리한다.
시 관계자는 "정비사업 지연 요인이 대부분 민원, 인허가 병목, 설계변경 등에 있다"라며 "책임관 지정으로 사전 차단 체계를 강화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세훈 시장이 방문한 중구 신당9구역은 서울시 규제철폐안 제3호 '고도지구 공공기여 완화'가 최초 적용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해당 구역은 △2005년 추진위 구성 △2010년 정비구역 지정 △2018년 조합 설립 등을 거쳤지만, 고도제한 및 낮은 사업성 때문에 2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따.
서울시는 이번 방안으로 고도지구 최고높이 기준을 45m(기존 28m)로 완화하고, 용도지역 종상향시 공공기여율도 최대 2%(기존 10%)까지 낮춘다. 이에 따라 신당9구역은 기존 315세대 규모에서 500세대 이상으로 공급 물량이 확대된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공공기여율 부담 완화와 용적률 상향이 맞물려 사업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도입(2021년) 이후 지금까지 재개발·재건축 대상지 241곳(약 37만8000호)을 선정했고, 이중 145곳(19만4000호)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31만2000호 지정 완료를 목표로, 당초 계획(27만호) 대비 116% 초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젠 '공급 속도'가 주택시장 안정 관건"이라며 "현장 중심 문제 해결로 공급 체계를 실질적으로 바꾸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