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이 중국산 이차전지 음극재에 100%에 가까운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판정을 내리면서 한국 배터리 소재 업계에 기회가 찾아온 모습이다.
사실상 세계 시장을 장악한 중국 음극재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유일한 대안인 한국산 음극재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수입 중국산 음극재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판정을 내렸다. 올해 12월로 예정된 최종 판정까지 수입 금액에 93.5%에 해당하는 예비 관세가 부과된다.
이번 결정은 예외 없이 전 중국산 음극재가 대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중국산 음극재 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자국에서 새롭게 음극재 생산 체제를 준비해나가는 미국 사업자들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 음극재 공급망에서 중국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잇따른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흑연이 핵심인 음극재는 양국 모두에서 민감한 상품이다. 중국은 반도체 제재 등 미국의 각종 압력에 맞서 희토류와 더불어 자국이 공급망을 장악한 흑연을 수출 통제로 무기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왔다.
미국도 2027년부터 중국산 흑연을 쓰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자국 첨단 산업이 값싼 중국산 음극재 의존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게 하는 로드맵을 추진해왔다.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중국산 음극재 배제 일정을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 △삼성SDI(006400)는 미국 내 제조 시설로 중국산 흑연을 수입해 쓰는 비용이 높아져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형국이다. 타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국 배터리 소재 업계에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이차전지 음극재 시장은 주요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장악해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출하량 기준 1∼10위가 모두 중국 기업들이었다. 합산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었다. 비중국 기업으로는 포스코퓨처엠(003670)이 11위(1.3%)를 기록해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에 100%에 가까운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산과 가격 경쟁에 밀렸던 한국산 음극재가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높여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것이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대량 양산하는 기업이다. 신생 미국 기업들은 아직 양산 체제로까지 나아가지 못해 한국은 물론, 서방권 전체에서도 중국산 음극재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을 대량 공급할 능력을 갖춘 사실상 유일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산과 가격 경쟁에서 고전해왔다. 중국 업체들은 천연흑연 기반 음극재 완성품을 1㎏당 2달러대에 팔고 있는데 이는 포스코퓨처엠의 공급가보다 40∼50%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포스코퓨처엠의 천연 흑연 음극재를 생산하는 세종 공장 가동률이 지난 2022년 67%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30%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에만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 사업에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번 관세 조치가 적용되면 미국 시장에서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가격은 중국산과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더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는 주요 고객사들이 '음극재 탈중국' 행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로 중국산 음극재 가격이 상승하면 비중국 음극재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는 포스코퓨처엠의 가격 경쟁력이 현실화할 전망이다"며 "미국향 배터리 업계에서 포스코퓨처엠에 공급 의사 타진 증가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