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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株, 반등장서 '혼자 하락 중'…투자자만 속앓이

시장 랠리 외면에 2분기 실적도 '먹구름'…하반기 신작만이 희망일까

임채린 기자 기자  2025.07.24 11: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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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증시가 호황을 누리는 와중에도 경기 방어주로 꼽히던 게임주는 체면을 구겼다. 정책 수혜 기대에 급등한 주도주들과 달리, 게임주는 모멘텀 공백 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투심을 얼어붙게 했다. 다만 4분기 대작 신작 출시를 앞두고 반등 기대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게임 TOP 10 지수'는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4.43% 하락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중 최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R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지수도 7.75% 급락해 최하위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주도주들이 상법 개정안,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책 수혜 기대감에 힘입어 급등한 반면 게임주는 모멘텀 공백기 속에 상대적으로 큰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 랠리와 괴리를 보이고 있다.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 게임주의 낙폭은 여전히 깊다. 대장주인 크래프톤은 전일 대비 1.28% 하락했고, 넷마블은 4.90% 급락했다. 엔씨소프트(–3.31%), 펄어비스(–3.37%), 위메이드(–2.71%) 등도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시프트업(–0.46%), 카카오게임즈(–1.15%), 위메이드맥스(–1.39%) 역시 내렸다. 반면 넥슨게임즈(0.98%), 더블유게임즈(0.18%) 상승하며 일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게임 업종은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뚜렷한 이익 개선 종목이 적어 정부 정책 수혜가 반영된 다른 업종에 비해 주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가는 시장을 언더퍼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 경기 방어주로 여겨졌던 게임주는 이번 상승장에서 오히려 시장보다 더 크게 하락하며 방어주의 면모를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주요 부진 요인으로 △2분기 실적 개선 기대가 낮은 점 △정부 정책 수혜가 다른 업종에 집중된 점 △중국 판호 발급 확대에도 실제 흥행 성과가 제한적인 점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의 콘텐츠 소비 속도 문제(미래시) 등을 복합적으로 지목했다.

특히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판호 자체가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판호 발급 확대 기대감은 이미 약화된 지 오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실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한국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판호 발급 자체가 주가에 직접 반영되긴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이 판호를 많이 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유의미한 매출을 기대할 만한 라인업이 국내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종목별로 보면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앱 매출이 기대를 밑돌았고, 신작 '다크 앤 다커 모바일'의 흥행 여부도 불투명하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492억원, 2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18.9% 감소하며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텐센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정부의 판호 정책 변화에 따른 실적 가시성도 불안한 상황이다.

넷마블은 에프앤가이드 기준 올해 2분기 매출 7146억원, 영업이익 798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6%, 28.2% 감소가 예상된다. 구조적 실적 회복에 대한 의문과 함께, 신작 모멘텀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프트업은 '스텔라 블레이드' 흥행을 기반으로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달 들어 공모가의 절반 수준까지 밀렸다. '승리의 여신: 니케'의 중국 성과도 기대에 못 미친 가운데, 시장에선 1분기 글로벌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역성장한 데다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수급 부담과 신작 공백, 고밸류에이션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기존 주력작의 매출 정체와 'TL'의 글로벌 론칭 일정 지연, 펄어비스는 '도깨비' 출시 불확실성 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도 게임 산업과의 직접적 연관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호 연구원은 "게임 산업은 무형자산 중심 구조로, 한한령 완화보다 퍼블리셔 간 협력과 현지화 수준이 실적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APEC 경주 정상회의에 초청하면서, 한중 외교 관계 개선이 판호 규제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도 제기됐다. 하지만 시장은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신작의 중국 흥행이라는 '현실적 매출'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기대보다 구조적 난관이 크다고 봤다.

다만 하반기 반등 가능성은 일부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위메이드, 크래프톤 등 주요 게임사들이 4분기에 다수의 신작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도 신작이 성과를 내면 기대 이상의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게임사들은 하반기 '다크 앤 다커 모바일(크래프톤)', '신의탑: 새로운 세계(넷마블)', 'TL(엔씨소프트)' 등 기대작 출시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 타이틀의 흥행 성과에 따라 주가 반등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며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