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입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직접 입어봐야 알 수 있죠"
35년간 섬유 업계에 몸담아온 문영종 예경 대표는 매일 아침 출근 후 앞치마를 입고 품평회로 하루를 시작한다. 제품 제작자로서 직접 만든 옷을 가장 먼저 입고 경험해 보는 일은 단순한 습관이 아닌, 품질에 대한 철학이자 고객에 대한 약속이다.
외식업과 소상공인 유니폼으로 사용되는 앞치마 시장은 최근 고물가와 소상공인들의 폐업 증가 여파로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예경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며 신속한 납기와 맞춤형 브랜딩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입는 사람의 하루'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예경만의 방식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경은 단순한 앞치마 제작사가 아니다. 외식업을 비롯해 플로리스트·미용·공방 등 수많은 업종의 작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앞치마를 디자인부터 생산·유통까지 아우르는 관리 기업이다. 지난 35년간 섬유업계에 몸담아온 문 대표는 실·원단·염색·봉제까지 모든 공정을 경험한 섬유 장인이다. 그가 이 업을 시작하게 된 건 단순한 기회 때문이 아닌, 아무도 하지 않으려 했던 분야였기 때문이다. "남들도 안 하려고 했고, 실은 저도 하기 싫었어요. 다만, 성공을 위해서 틈새시장을 한번 공략해 보려 한 거에요." 이같은 그의 선택은 시장을 꿰뚫는 통찰이었다.
◆ 폐업 쓰나미 속 예경이 선택한 '지속 가능' 방식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예경은 오히려 앞치마 수요 증가라는 이변을 경험했다. 집에서 요리를 즐기는 '홈쿡 문화'와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의 '나만의 감성 아이템' 소비 덕분이었다. 당시에는 부드러운 톤의 색상과 감성적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다. 매장 운영자들 또한 하루 종일 자신과 함께해야 하는 앞치마의 내구성과 착용감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문 대표는 단언한다. "지금이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어요. 그땐 그래도 가게가 열려있었고, 손님은 줄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예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그의 체감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국세청이 발표한 '연도별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국내 신규 총사업자의 수는 151만9000명, 폐업자의 수는 89만5000명이었다. 그러나 3년 뒤인 2023년, 신규 사업자 수는 127만6000명으로 감소한 반면, 폐업자 수는 98만6000명으로 약 1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창업은 줄고 폐업이 늘어나는 구조가 현실화 된 것이다.
"전에는 한 달 기준 20만장에서 25만장 이상 판매됐다면, 지금은 여기서 40% 정도 빠졌다고 보면 될 거예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총 폐업률은 9.8%로 추정된다. 이는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의 8.7%보다 더 높은 수치다. 이처럼 자영업 환경은 명백히 악화하고 있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도 예경은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예경은 국내 4곳을 비롯해 해외에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빠른 작업은 국내에서, 대량 작업은 해외에서 처리하는 구조다. 원단 선택부터 디자인·생산·유통·납품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통제해 품질과 납기를 동시에 잡았다. 문 대표는 "직원 시킬 것 없이 제가 직접 원단 보고 기능성 따져가며 결정합니다. 그래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 앞치마 그 이상, 브랜드를 입히는 유니폼 전략
예경은 단순한 유니폼이 아닌 브랜드 얼굴이 되는 앞치마를 만든다. 이는 브랜드 로고 삽입과 단체 주문, 시즌 컬렉션 등 기업 브랜딩에 이바지하는 유니폼으로서 기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 온라인 플랫폼 확장과 맞춤형 제안 전략을 통해 다양한 수요층에 대응하고 있다.
문 대표는 앞으로도 변화에 발맞춰 나갈 계획이다. 예컨대 주방 위생용품, 의료 보조용품 등 연관 카테고리 확장도 고려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신뢰 기반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앞치마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대신 누가 더 잘 만들고, 누가 고객을 먼저 생각하느냐가 중요하죠" 그가 매일 앞치마를 입는 이유는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다. 입는 사람의 하루를 상상하고, 브랜드가 어디에 닿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 "입는 사람의 하루를 상상합니다" 예경의 성장 원동력
그는 최근 변화하는 소비 흐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감각적인 앞치마 라인업과 트렌디한 색상, 절제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상품을 기획 중이다. 단순 실용성을 넘어서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앞치마를 목표로 새로운 패턴과 원단의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고객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 리뉴얼 역시 꾸준히 적용 중이다.
예경의 제품은 온라인 채널 등 다양한 배송 방식을 통해 빠르게 공급되고 있다. 또 오프라인 구매·대리점과도 연계해 유통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문 대표는 "유통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닙니다. 고객에게 제품이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이자, 신뢰가 완성되는 지점입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35년간 한 우물만 파면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이 '현장 감각'이라고 말한다. 시장 변화에 따르면서도 예경만의 철학을 잃지 않겠다는 일관된 운영 원칙은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회사를 지켜낸 힘이다.
지금도 그는 하루에 수십 번씩 원단을 만져보고 봉제선을 들여다본다. 완제품 하나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작품 제작이자 장인 정신의 연장선이다.
그가 매일 앞치마를 입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제품을 입을 누군가가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어떤 순간에 닿게 되는지를 스스로 먼저 확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예경이 지금까지 성장해 온 방식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