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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表 '동남투자은행' 설립 속도…국책은행 부담 커지나

산업은행 노조 "국가 성장 견인할 진정한 대안, 적극 지원할 것"

장민태 기자 기자  2025.06.04 15: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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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핵심 공약인 '동남투자은행(가칭)' 설립도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 조달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오전 6시21분을 기점으로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에 따라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해양수도 부산에 동남투자은행(이하 투자공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동남권투자은행 설립은 과거 여권 인사들도 검토했던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갈등만 키우고 진전 없이 반복됐던 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넘어서, 해양산업 금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청년 일자리 확대까지 실현하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산업은행 이전 논란'은 전 정권인 윤석열 정부에서 불거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했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행법상 산업은행 본점의 위치는 서울 여의도로 명시돼 있다.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울러 추진 과정에서 산업은행 사측과 노조, 정부와 국회의 충돌 간 충돌만 이어졌다. 

이같은 상황에 이 대통령이 내놓은 대안이 투자공사 설립이다. 전 정부가 제기한 지역균형발전에 공감하되, 새로운 지역 밀착형 금융지원 기관 설립이라는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그간 정부에 날을 세우던 산업은행 노조는 기존 기관의 이전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공약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산업은행 본점 이전이 서울에서 부산에 주는 '제로섬'이라면, 투자공사 설립 방안은 서울과 부산 모두를 발전시키는 '포지티브섬'"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조는 투자공사가 동남권 산업 재도약의 핵심 축으로 성장해 산업 경제 발전의 새로운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국가 성장을 견인할 진정한 대안이 되도록 머리를 맞대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지난달 30일 '투자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46명의 의원 공동발의로 제출된 상태다. 
 
이 대통령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금, 투자공사 설립에 필요한 재원 조달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발의된 법률안에 따르면, 투자공사의 자본금은 3조원이다. 정부·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국책은행이 출자하게 된다. 출자금의 산정방법과 납입시기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부산·울산·경남 지역 산업의 지원을 위해 투자공사에 동남권산업혁신기금(이하 기금)이 설치된다. 이 기금의 재원 마련에는 금융회사의 출연금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투자공사 설립에 필요한 대부분 재원을 국책은행이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사회복지와 기초생활보장 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투자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기준 33.10%로, 중앙정부 보조금과 지방교부세에 의존하는 구조다.  

문제는 국책은행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대주주인 정부에 배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정부 배당 수입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공사 출자까지 더해질 경우, 국책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투자공사 설립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추진 초기 단계인 만큼, 출자 비율이나 분담 방식에 대해서는 향후 정부와 협의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책은행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공적 기능을 맡고 있지만, 동시에 은행으로서 재무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직접 시장에서 돈을 벌어 정부에 배당하는 '플레이어' 역할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