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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골프칼럼] 규칙 없는 플레이 '신사 경기를 알까'

한국 골퍼들의 스포츠 정신을 돌아보며

이용재 동양골프 대표 기자  2025.05.28 10: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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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골프 대중화의 물결을 타고 수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필드를 누비고 있다. 주말마다 골프장을 찾는 이들의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골프 열풍 속에서 간과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룰(Rule)', 즉 골프 규칙의 실천이다.

골프는 '룰'과 '예의', 그리고 '자기 절제'의 스포츠로 여겨진다. 동반자가 보지 않아도, 심판이 없어도 스스로 자신의 플레이를 정직하게 기록하고, 벌타를 부과하며, 경기의 흐름과 다른 플레이어의 권리를 존중한다. 

이런 문화는 단순한 규칙 준수의 차원을 넘어 골프가 지향하는 '신사적인 경기'라는 본질에 닿아 있다.

반면 한국의 골프장에서는 때로 이런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는데 △OB(아웃오브바운즈)나 로스트볼 상황에서 벌타 없이 몰래 공을 다시 놓고 치는 모습 △캐디와의 암묵적 공모 아래 스코어를 후하게 계산하는 모습 △느린 진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리듬으로 플레이하는 태도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모든 골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일까?

첫째, 교육과 인식의 부족이다. 골프 입문 과정에서 규칙과 에티켓을 배우기보다 스윙과 장비, 스코어 내는 방법 등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정서도 작용한다. 경쟁보다 친목에 방점을 두다 보니 엄격한 룰 적용은 오히려 분위기를 깨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셋째, 골프를 단지 여가나 소비의 수단으로 보는 인식도 한몫한다. 스포츠로서의 진지함보다는 비즈니스 골프로 경쟁이 아닌 접대로 관계를 다지면서 형성된 배려골프, 양보골프라는 분위기가 뿌리이며  규칙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넷째, '룰'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분위기도 문제다. 실제 라운드를 하다 보면 룰을 제대로 알고 지키려는 사람이 동반자들 사이에서 △까다롭다 △재미없다 △왜 그렇게 진지하냐는 시선을 받는다. 

어느새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돼버리고, '그냥 넘어가자', '위험해 다쳐'라는 식의 묵인 문화가 고착화된다. 

골프룰은 윤리와 정직의 스포츠정신을 반영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무리한 강요보다는 스스로 골프룰을 지키면 주변 동반자들도 점점 더 건강한 골프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