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필리핀 소주 시장에서 '진로(JINRO)'가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과 현지 유통망 간 전략적 협업이 맞물리면서, 한국 소주는 필리핀 음주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필리핀 최대 유통 그룹인 SM그룹이 운영하는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는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쇼핑몰로, 중상층 소비자를 겨냥해 진로 소주를 적극적으로 유통하고 있다. SM그룹의 광범위한 전국 유통망은 진로가 현지 대표 소주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프리미엄 주류 유통사인 PWS(Premier Wine & Spirits) 또한 전국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이트진로(000080)를 포함한 다양한 한국 소주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공급 중이다. 이와 함께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S&R은 시음 행사와 대량 구매 프로모션을 활발히 전개하며 진로 브랜드 체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니코(Nico) S&R 시니어 바이어는 "소주는 주류 전문 카테고리 내에서 공백이 있었던 제품군으로, K-POP과 한국 드라마에 대한 필리핀 현지의 높은 관심을 고려할 때 수요가 확실히 존재했다"면서 "이에 회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주를 도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K-POP 팬과 한국 드라마 시청자의 구매 비중이 상당하다. 필리핀 내 K-컬처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소주의 안정적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S&R은 B2B 회원 비중이 높아 도매상, 소형 슈퍼마켓, 외식업체 등에서 대량 구매가 많다. 소주 도입은 전체 주류 카테고리의 다양성을 확대하며, 이는 매출 증대로 직결된다. 또한 모든 슈퍼마켓이 소주를 취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차별화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유통 전문 업체 K&L은 한인 식당과 현지 유통채널, 편의점(CVS)에 하이트진로 제품을 공급하며 30년 이상 현지 시장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강정희 K&L 대표는 "과거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적어 소주 인지도가 낮았으나, 최근 한류 열풍과 교민 수 증가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며 "마닐라, 세부, 클락 등 주요 지역에 물류 창고를 운영하며 꾸준히 한인과 현지 식당, 편의점에 소주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K&L 자료에 따르면, 한국 소주가 가득 실린 550~600대의 컨테이너가 매년 필리핀으로 들어오고 있다. 컨테이너 한 대당 소주 1260상자로, 이는 매년 약 1500만병의 소주가 필리핀 전역에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박요출 K&L 팀장은 "2018년부터 매년 15% 이상 매출이 성장하고 있으며, 코로나19 기간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방문한 K&L 물류창고에서는 하이트진로 소주가 필리핀 전역으로 배송되기 위해 트럭에 적재되고 있었다. 한 트럭에는 약 250박스(5000병)가 실리며, 하루 최대 10대의 트럭이 출고된다고 박 팀장은 전했다. 이러한 소주 판매 호조에 힘입어 K&L은 신규 물류창고로 확장 이전할 계획이다.
진로 소주는 단순한 한국 술을 넘어 필리핀 현지 음주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융합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한식과 함께 즐기는 음주 문화 확산, K-드라마 속 소주 소비 장면이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현상이 맞물리며 필리핀 소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