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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1·2위 M&A 이후 '숙제'만 남았다

SBI 매각 이후 '빅딜' 실종…실효성 의문 남긴 규제 완화 "완전 자율 허용해야"

박대연 기자 기자  2025.05.27 16: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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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업계 2위'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타진 중이다. 특히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교보생명 매각 후라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저축은행 업권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인수합병(M&A) 시장의 활성화는 아직까지 무리인 상황이다. 복합적인 구조적 한계와 함께 발목을 잡는 규제 등 숙제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을 두고 지난해 말부터 실사에 돌입했지만, 인수 협상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상상인 측과는 인수가격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페퍼저축은행은 대주주인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매각 보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OK금융 외에는 매수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라온저축은행도 코스닥 상장사 베셀과 매각 협의를 진행했으나, 최근 베셀이 지분 인수 비율을 60%에서 40%로 낮추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국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도 잠재 매물로 언급되지만 M&A 관련 뚜렷한 진전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기업에도 인수자는 있지만, 저축은행은 OK금융 외엔 손을 드는 곳이 없다"며 "실사만 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PF 부실에 '영업권 제한'까지…시장 '올스톱'

저축은행 M&A 시장이 정체된 배경에는 복합적인 구조적 한계가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74곳이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중 상당수는 PF 대출 연체율이 두 자릿수를 넘는다.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 9.82%, 부실채권(NPL) 비율은 14.18%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저축은행 간 영업구역을 제한하는 규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저축은행의 영업지역을 제한하고 있다.

지방 기반 저축은행들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수도권 영업권이 없는 한 매수자 유치는 어렵다. OK금융이 상상인과 페퍼 인수에 나선 것도 경기·인천 권역 진출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업계 관계자는 "OK금융 입장에서는 영업권 확장이 핵심 전략인 만큼, 인수 대상의 사업 지역이 M&A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허울 뿐인 규제 완화…"완전 자율 허용해야"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M&A 규제 완화에 나섰다. 기존에는 적기시정조치 대상 등 부실이 명확한 저축은행만 인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 또는 BIS 비율 11% 이하인 저축은행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만을 조건부로 매각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거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건전한 저축은행도 자율적으로 팔고 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지난 3월21일 서울 마포구 중앙회에서 진행한 '2024년 하반기 저축은행 결산 기자간담회'에서 M&A 완전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저축은행 M&A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업계 내부에 뚜렷한 성장 전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규제를 푼다고 시장이 반응하긴 어렵다. 통합 이후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영업구역 제한과 재무건전성 저하로 독립적인 생존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거래 절차의 투명성과 속도를 높이고, 소형사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함께 마련돼야 생산적인 M&A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