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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손해율' 지적한 김용범, 보험업계 발끈한 배경은

1분기 콘퍼런스콜서 "예상-실제 손해율로 실적 부풀린다" 지적…업계 "회사별 포트폴리오 달라"

김정후 기자 기자  2025.05.20 17: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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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장기보험 손해율에 '고무줄 회계'가 성행한다는 김용범 메리츠금융그룹 부회장 발언에 보험업계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와 회계 가이드라인 적용 등 외부적 요인으로 실적이 하락했기에 관련 규제 추가는 큰 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한 회사의 경영진이 타사의 포트폴리오까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의도에 의구심을 표하는 상황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실손 손해율과 무·저해지 해지율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서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장기손해율 가정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화두를 던졌다.

실손과 무·저해지보험은 금융당국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산출 기준이 세워진 바 있다. 다만 장기보험은 이같은 기준이 없으므로 여전히 회계 구멍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실적손해율보다 예상손해율을 현저히 낮게 가정한 회사도 있다"고 비판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수치를 예상보다 낮게 잡아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해당 발언에 대한 질문은 다음날 열린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의 브리핑에서 즉각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지급여력(K-ICS)비율과 관련된 기자간담회였던 만큼 관련 발언을 기대하기 좋은 자리였다.

이 수석부원장은 "현재 업계와 논의 중이며 필요한 보완조치가 준비되면 별도 안내할 계획"이라며 "단기 성과를 위해 장기적 안정성 훼손을 감수하는 것으로 보이는 몇몇 회사가 있고 적극 관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손보사들 입장에서는 장기보험에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일괄 적용된다면 타격이 크다. 일단 1분기에 이미 실적 하락을 맞닥뜨렸다. 

실제로 '빅5'로 묶이는 DB손보(005830)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4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줄었다. 이 가운데 보험손익이 4027억원으로 28.5% 감소했다. 같은 '빅5' 현대해상(001450)의 경우 순이익 2032억원으로 무려 57.4% 줄었다. 지난해 1분기 일회성 이익인 약 2700억원을 제외하면 감소폭이 24.0%로 줄어드나 여전히 적지 않은 수치다.

이들 손보사를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하락 요인이 일시적이지 않아서다. 우선 자동차보험 손익 하락은 지난 2022년부터 요율이 계속해서 내려갔던 결과다. 보험료 인하는 '상생 금융'이라는 명목으로 단행됐기에 쉽사리 올리기도 어렵다. 또 이상기후로 인한 손해율 상승은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계 기준 가이드라인이 새로 적용된 영향도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보험사들로 하여금 무·저해지보험 해지율을 0%에 가깝게 산정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에 '업계 1위' 삼성화재마저 신계약 보험서비스마진(CSM)으로 702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1840억원 감소했다. 통상 신계약 CSM은 수익성 지표로 활용된다.

이에 더해 금리 하락으로 인한 부채 증가까지 겹치며 갈수록 비우호적으로 변하는 업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김용범 부회장이 장기보험까지 가이드라인을 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듯한 발언을 남긴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FRS17 회계 제도 아래에서 가장 이득을 봤다고 여겨지는 회사가 업계 내부 총질에 나서는 모양새"라며 "1대 다(多) 싸움을 하자는 건가.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보다 건강한 업계를 바라는 의도는 이해하겠다"면서도 "회사별로 보험 판매 포트폴리오가 다른데 타사 경영진이 이를 파악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날선 반응에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특정 회사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물론 금융사 한곳의 경영진 발언만으로 제도가 새로 도입되지는 않는다. 다만 보험사를 향한 규제를 늘려가고 있는 금융당국이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업황은 또다시 요동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