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의과대학 학생들의 3월 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한 뒤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실마리는 커녕, 의료계는 '1명도 뽑지 말아야'한다고 맞서고 있고, 환자단체는 지난 1년 간의 희생이 무의미하다며 '정원 원점 회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의대생들의 3월 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에 대한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지금은 의대생을 복귀시키고 의대 교육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인만큼 2024년도 정원에 준하는 인원 조정을 수용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결코 의료 개혁의 후퇴나 포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생들에게 "이제는 반드시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며 "지난해와 같은 학사 유연화 등의 조치는 더 이상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를 향해서는 "의대생들은 대한민국 의료계를 이끌어갈 소중한 자산"이라며 "선배 의료진들이 학생들을 진정성 있게 설득하고 복귀를 독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대 학장들 복귀 촉구…의대생들은 여전히 반발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생 복귀 전제 내년도 의대 정원 3058명 동결 방침이 발표된 이후 첫 수업 날인 지난 10일 전국 의대 학장들은 일제히 복귀 호소문을 발표하고 학생회 면담, 개별 학생 지도교수 상담 등을 진행했다.
전남대 의대 윤웅 학장은 "3월24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복귀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후엔 학칙과 무관하게 고등교육법에 근거한 교육부 방침에 따라 휴학이 승인되지 않고 심각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톨릭관동대 학장단도 전날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및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학생들의 복귀가 지연된다면, 학사 일정 정상화가 어려워지고, 의사 국가시험과 전공의 지원 과정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학교로 복귀해 학업을 재개할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대 최재영 학장도 최근 일부 지도교수들에게 서신을 보내 "24일 이후 추가 복귀 일정은 없다”며 "복귀를 최대한 권유하고 미복귀 의사를 가진 학생은 등록 후 휴학을 권유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등록을 한 뒤 휴학을 신청하는 경우 유급 처리되지만, 등록하지 않고 휴학을 신청하면 제적 처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은 11일 의대 교수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학생들이 오는 27일까지 휴학을 철회하고 복학원을 제출해 수업에 복귀해야 한다"며 "복학원을 제출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제적 또는 유급 처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작년과 달리 올해는 '집단행동 휴학 불가' '학사 유연화 불가' '원칙적인 학사 관리'라는 원칙에 따라 휴학 승인이 절대 불가하다'"고 했다. 김 학장은 지난해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은 서울 소재 8개 대학의 학장단이 의대생의 수업 거부에 대해 학칙에 따라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편성범 고려대 의대 학장도 이날 교수·학생·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올해는 더 이상 작년과 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없으며 모든 학년의 학사 일정, 수업 일수, 출석, 성적 사정 등에 대해 학칙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기한을 넘길 경우 학생들은 학칙에 따라 미등록 제적과 같은 심각한 불이익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고려대는 최종 등록·복학 신청 마감 기한을 이달 13일에서 21일로 연기한 상황이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정부가 다시 의대 정원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며 여전히 복귀를 거부하는 분위기다.
◆의대 정원 동결 방침...의료계·시민사회 반발 확산
의료계 역시 '의대생들이 복학하지 않을 경우 기존 모집인원인 5058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제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 결국 각 의대에 교육 내용을 맡겨놓은 형국"이라며 "지금 제시된 내용으로는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은 변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내년 단 한 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사과 없는 협박조의 제안을 하면서 당장 7000명이 넘는 1학년 포함 의대 교육 대책과 정부에 종속되지 않은 의료정책기구 구성 등이 전혀 없어 수용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시민사회와 환자 단체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3월 내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 의대 모집정원을 동결한다는 정부 발표를 비판하고 철회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입장문을 통해 "의대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중대한 정책으로 함부로 번복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의료 정상화를 기대하며 고통과 불편을 인내해온 국민과 환자를 기만하는 정부의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한국환자단체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노조로 구성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도 "교육부의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년 의대 정원을 동결하겠다는 황망한 발표는 의사 집단에 무릎꿇는 초라한 백기선언"이라며 "지난 1년간 정부는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은 채 양보만 거듭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회는 지금 즉시 2026년 의대 정원에 대한 특례 조항을 삭제하고 이전의 합의된 법안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지금 즉시 2026년 정원동결 방침을 철회하고 엄정하게 학칙을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