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 차질을 우려해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거나 위탁생산(CMO) 계약 확대를 검토하는 등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의약품 관세는 25%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며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연설에서도 반도체, 철강 등 주요 품목과 함께 외국에서 생산된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1일에는 일라이릴리·머크·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대표들을 만나 해외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재차 압박했다.
현재 의약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필수품으로 분류돼 무관세다. 그러나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늘어나고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최대 시장 중 하나로, 최근 몇 년간 수출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의약품의 대미 수출액은 약 39억7000만 달러(약 5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94%에 달하는 만큼, 관세 부과 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및 신약을 직접 판매하는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미국 수출이 활발한 기업들은 관세 부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경우, 시장 내 입지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재고를 확보하거나 미국 현지 기업에 위탁생산(CMO)을 맡기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
SK바이오팜(326030)은 FDA 승인을 받은 미국 내 의약품 CMO 시설을 확보, 필요한 경우 즉시 생산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6개월분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재고를 확보해 관세 부과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력을 강화했다.
셀트리온(068270)도 유사한 전략을 채택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은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선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완제의약품 보다 세금 부담이 낮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며 "관세 부과 여부 추이에 따라 현지 완제의약품 생산을 더욱 확대하는 전략으로 상황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제품에 대해 9개월분의 재고 이전을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계약 물량 상당 부분을 미국에 수출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관세정책이 명확하게 결정되면 대응책을 검토할 예정인데, 미국 생산시설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대웅제약(069620), 유한양행(000100), GC녹십자(006280) 등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미국 내 공장 설립 또는 기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한 우회 수출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관세를 완제의약품(DP)에만 부과하면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지만 원료의약품(DS, API)에도 부과하면 기업별 영향은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원료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이를 매입하는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의 고객사와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를 공급받아 판매하는 미국 현지 법인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어떤 품목을 관세 대상에 포함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며 "4월 이후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현지 생산 확대나 공급망 다변화 등의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