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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은행 점포… 금융소외층 "이젠 은행도 먼 나라"

비대면 금융 확산 속 점포 폐쇄 가속화…이동점포 확대 추진에도 실효성 의문

박대연 기자 기자  2025.02.20 15: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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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은행들이 점포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그 여파는 금융소외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동점포 등 대안 마련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올해도 대규모 점포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달 28개 영업점을 폐쇄할 예정이며, 신한은행은 오는 4월 13개 지점을 통폐합한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1개 영업점을 줄였다.

실제로 은행들의 영업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총 영업점 수는 2023년 말 3927개에서 지난달 말 기준 3790개로 1년 새 137개가 줄었다. 내달 내로 예정된 통·폐합까지 고려하면 5대 은행의 점포 수는 165개가 감소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용률 증가와 점포 운영에 따른 인건비 및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점포 축소를 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 업무 중 대면 거래 비중은 3.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회 업무 대면 비중도 4.8%에 불과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입출금과 대출 업무가 모바일·웹 기반 비대면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점포 운영 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은행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영업점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점포 폐쇄의 영향은 고령층과 중소 소상공인 등 금융소외계층이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박모(65) 씨는 "예전에는 집 근처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다"며 "스마트폰 뱅킹이 어렵고, 은행에 직접 가는 게 가장 편한데 점점 찾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점포 감소세가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방 중소도시나 군 단위 지역에서는 은행까지 평균 4.8km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북 안동에 사는 김모(72) 씨도 "읍내까지 나가야 겨우 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며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지역에서는 은행이 꼭 필요한데 점점 사라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확대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고령층이나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금융소외계층이 은행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이동점포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발표한 2025년 업무계획에서 시중은행들이 연간 이동점포 활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분기별로 이행 현황을 점검해 고령자의 오프라인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11월 열린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 행사에서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에 집중하면서 물리적 점포 등은 축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소비자들의 금융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은 금융산업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농협·신한·우리·하나·국민·경남은행 등 7개 은행이 이동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들 이동점포는 주로 고령층이 많은 복지시설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통장 신규·재발행 등 수신업무와 금융사기 방지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이동형 KB시니어라운지 2대, 버스형 이동 창구 2대, 소형 이동점포 4대) △신한은행(대형트럭 1대, 대형버스 2대, 소형버스 1대) △하나은행(45인승 버스 1대, 15인승 버스 1대, 캠핑카 4대) △우리은행(17t 트럭 1대, 45인승 버스 1대, 25인승 버스 2대) △농협은행(45인승 버스 3대, 소형트럭 1대) △경남은행(현대 트라고 15t 1대) △iM뱅크(16t 트럭 1대, 25인승 버스 1대, 포터블 2개) 등이 이동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점포에서는 간단한 입출금, 예·적금 신규 등 수신업무만 가능하며, 대출 등 여신업무에는 한계가 있어 점포 폐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의 점포 및 인력 축소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동점포만으로는 금융소외계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고령층이 금융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동사무소나 노인 복지관 등에서 금융 교육과 스마트폰 뱅킹 사용법을 정기적으로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고령층이 디지털 금융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