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부터 '상호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의약품 무관세 혜택을 받는 상황이지만,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각서에 서명했다. 4월 초 맞춤형 상호 관세를 각국에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이나 관세를 피하고 싶다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자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업계는 생산기지 구축이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제약협회(PhRMA)에 따르면, 새로운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미국의 c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규정을 준수하려면 최소 5~1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신속히 확충하는 대신,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068270)은 미국 내 원료의약품(DS)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단기적으로 관세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한 미국 시장 내 수요가 큰 제품은 현지 위탁생산(CMO)을 활용해 완제의약품(DP)을 생산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장기적인 대응책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 인수 혹은 신설을 고려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사업 특성상,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326030) 역시 관세 부과 여부에 따라 현지 생산을 검토하는 등 다각적인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엑스코프리(미국명 세노바메이트) 제조에 필요한 원료의약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어 중국·인도 시장과의 연관성은 적지만, 현지 생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의약품 관세 부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지만, 의약품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우려로 실제 관세 부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0일 "의약품도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이틀 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의약품 등 4개 품목이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적용은 양국의 의약품 가격 부담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미국 내 소비자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라는 압박으로 해석되지만,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정부 및 기업 차원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향후 바이오·제약 산업의 글로벌 전략이 재정비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