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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7080 카페 ‘보고싶다 친구야’

경기도 성남 음악 마니아들 마음의 고향

프라임경제 기자  2006.03.18 10: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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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음악을 사랑해 음악에 인생을 묻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고싶다 친구야’는 LP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음반 3000 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추억의 음악카페다. 그 시절로 말하면 소위 ‘음악다방’이다. 그래서 이 카페는 음악 애호가들이 당시 ‘미쳐 있었던’ 아티스트들의 혼이 실린 명반들을 들려준다.

이 곳의 음반들은 희귀 음반들이라 다른 곳에서는 듣기 힘든 노래들이다. 아날로그 LP 음반에 바늘이 스쳐가는 소리가 들린다. 디지털의 차가운 느낌이 아니다. 인간 감정의 따스함을 만져주는 소리다. 청중의 마음이 따스해지고 눈빛에 정감이 흐른다. 경직된 근육이 풀리고 긴장이 완화된다. 대화가 부드러워지고 온순해진다. 따스한 손으로 보듬어 주는 음악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올드팝을 들으며 옛 추억을 이기지 못한 청중이 신청곡을 띄운다. 곡을 신청한 청중은 노래가 끝나자 박수로 환호한다. 리퀘스트가 쇄도한다. 자신에게 필(feel)이 꽂혔던 음악은 평생 잊지 못하는 법이다. 노래 속에는 자신만의 삶이나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말이 ‘음악다방’이지 카페 분위기는 서울 어느 카페에도 뒤지지 않는 최상급 클래식 분위기다. 7080 음악카페지만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곳이다. 편안한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음반도 소장돼 있다.

원목이 카페의 안과 밖을 감싸고 LP 턴테이블, 알텍 진공관, 란싱 스피커의 혼(HORN), 낡아보이는 LP들, 그리고 사람들이 어우러진다.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 추억의 음악들이 알텍 1530A 진공관을 통해 가슴속으로 흘러든다. 닐 다이아몬드의 'SONG SUNG BLUE', 'HELLOW AGAIN' 등이 심장을 관통한다. 

   
우연히 들어왔다가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다. LP 턴테이블이 갖춰진 클래식 팝 음향 시스템의 음악이 나오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러 왔다가 음악에 취하고 술에 취해 돌아간다. 어느 마니아는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소라 한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가 침이 튀는 소리를 내며 퍼진다. 비틀즈의 음악이 이어진다. 비틀즈 이전 하버드 대학생이 결성한 그룹인 ‘인디언 섬머’의 음악도 있다. 60년대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듣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고향을 찾는다. 마음의 고향, 추억을 향수한다. ‘보고싶다 친구야’는 그 향수의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  영원한 DJ

정규호 선생은 DJ다.  이종환, 김광한, 김기덕, 서유석씨 등이 60년대 이후 방송계 음악인을 대표한다면 정 선생은 신촌, 홍대, 연대 등 캠퍼스 언 더그라운드 DJ를 대표한 음악인이다. 당시 캠퍼스 문화를 대표했던 음악다방은 ‘카타리나’ ‘독수리다방’ ‘할렘’ ‘캠퍼스’ 등이 유명했다.

그 중에서도 ‘카타리나’의 명성은 독보적이었다. 당시 팝음악을 사랑한 많은 젊은이들 중 ‘Mad Men's Company'라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애호 그룹이 있었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기인들이었다. 이들의 음악은 ’Progressive Rock'이었다.

정선생은 카타리나의 DJ였다. 그 후 정선생은 ‘Tannhauser classic A. Hall' 'Lieder Ohne Worte' 등 전문직업인들이 즐겨찾던 클래식 카페를 경영했고 자신이 직접 클래식 음악 DJ로서도 활동했다.꽃에는 향기나는 꽃, 향기없는 꽃과 조화가 있다. 영원한 DJ 정규호 선생은 이 음악카페를 ‘추억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꽃’이라 부른다.

그는 디지털 시대의 음악을 경계한다. “나름대로의 장점은 있지만 음악 마니아들의 순수성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MP3 하나면 모든 장르의 음악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시대. 그래서 그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 머리로 음악을 즐기는 세대들이라 할 수 있죠. 음악은 없고 비싼 반도체칩이 음악을 전달하는 시대죠.” 반면 아날로그 시대의 음악들은 가슴으로 즐기던 시대였다. ‘보고싶다 친구야’ 카페는 그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정DJ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니, 음악은 그의 인생 자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배고프지 않습니다. 들려주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카타리나 DJ 시절 그는 귀한 음반이 있다는 수소문을 듣고 부산에 내려갔다. 사려던 음반은 물론 샀지만 옆에는 또 그가 지나칠 수 없었던 음반이 있었다.

가진 돈을 다 털어 음반을 사고 남포동에서 부산진역까지 걸어와 서울로 올라왔다. 허무와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닫혀진 마음들을 음악으로 열기위해 오늘도 음악 속에 산다. 그는 이제 ‘보고싶은 친구들’의 영원한 DJ다.

◆  시낭송

'친구야’는 시낭송회를 정기적으로 연다. 시와 추억의 음악들을 들려주는 곳이다. 동화구연작가의 시낭송, 생음악과 인기 DJ가 함께하는 LP의 음악을 들려준다. 가슴이 떨리고 마음이 벅차오른다.

도시의 복잡한 삶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충격이 밀려온다. 시낭송 전문가들뿐 아니라 손님까지 모두가 어우러진다. 발표자는 시낭송가를 포함해 시와 노래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다.

시 읊기, 노래, 악기 연주, 동화 구연 등 원하는 발표를 형식없이 누구든지 자유롭게 한다. 카페는 찾는 이들에게 추억의 감성을 되돌려주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동화구연전문가이자 시낭송가로 활동하시는 조영애님께서 주관하시는 시낭송 모임이 그것이다.

매월 셋째주 일요일 오후마다 시낭송회가 열리며 회비는 없다. 시낭송과 추억의 음악을 통해 삶의 깊이와 의미를 회상하는 시간을 찾아보면 어떨까?

※찾아가는 길은 복정사거리에서 남한산성쪽으로 2킬로미터 거리. (연락처 031-753-70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