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금융지주(316140)의 동양·ABL생명 인수에 먹구름이 생겼다. 금융감독원이 정기 검사결과로 절차상 하자 등을 지적하면서다. 이에 다시 한번 M&A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회사 중국 다자보험이 자산 정리를 위해 설립된 만큼 매각 의지가 강해서다.
4일 금감원은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검사결과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뿐 아니라 동양·ABL생명 인수 영향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28일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각각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달 15일 금융당국에 인수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날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M&A 의사결정 절차를 짚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 개최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
내규에 따르면 M&A 등 중요 경영사항을 추진할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후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사항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은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해 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반영되지 않았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국가에 귀속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음에도 해당 사항이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M&A 의사결정 절차 외에 금융지주 차원에서 지표를 제대로 산출하지 않은 정황도 발견됐다.
이에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손실 발생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거나 위험도가 높은 투자를 지속하면서 리스크 측정과 관리 업무에는 미흡했다고 봤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을 위해서는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어야 한다. 해당 등급은 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경영관리능력, 수익성, 유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된다.
다만 등급 산정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월 중에 금융위원회에 (경영실태평가 등) 정기검사 결과를 송부해 3월 중에라도 금융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추가 자료 요구 등을 (두달 내 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므로 지난해 검사를 바탕으로 M&A 심사도 해야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만약 금융위가 우리금융의 인수를 승인하지 않더라도 동양·ABL생명 매각은 계속해서 추진될 것이 유력하다.
동양·ABL생명은 부실 문제가 불거진 안방보험의 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설립한 다자보험그룹 소속이다. 설립 목적에 따라 동양·ABL생명 매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안방보험이 투입한 1조6602억원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를 체결했다.
동양·ABL생명이 다시 한번 M&A시장에 나올 경우,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보험사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빈약한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 인수 후보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인수 시도로 구체적인 가격 등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항들이 공개된 만큼 인수를 원하는 회사가 나서기 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