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이 개성관광 사업 추진을 발표한 지 불과 하루만에 한발 뺏다.
비용부담 문제와 현대아산이 독점권을 내세우며 정치권에서마저 롯데관광 대표의 청문회 추진 등 현대의 독점권 인정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부담을 느껴 일단 잠복하며 상황을 살피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비용부담 등 현실적 계산
매출액이 100억원 수준인 롯데관광으로선 관광 비용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북한과 현대의 갈등을 틈타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비난여론이 일어나는데 따른 부담이 작용했다.
이와함께 현대아산을 자극했다가 금강산 관광객 모집 대행권마저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롯데관광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성관광사업은 현대아산과 북한과의 계약관계가 분명하게 정리되고, 정부 당국의 승인도 따라야 추진할 수 있다"며 "현재는 여러 조건들이 무르익지 않아 북측으로부터 제안이 와도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 추진은 안겠다" 선언
롯데관광은 "북한측에서 제의를 해오면 당국과 현대아산측과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며 "독자적 추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관광 이순남 전략홍보실장은 "일부에서 나온 개성관광 대가로 1000만달러 지원과 1인당 200달러 지급요구는 국민감정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롯데관광측에는 어떤 제안이나 조건도 제시된 바 없으며 북한측이 현대아산과 접촉하며 제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롯데관광이 개성관광 사업을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여론을 살피며 현대를 자극하지 않는 한편 북측이 가격을 낮춰
제안해오면 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실장은 "그러나 현대와 북한과의 계약이 명백하게 정리돼야한다"며 "현대와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다"며 여운을 남겼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대아산과 북측간의 독점계약은 그것대로 유효하며, 현대아산이 그동안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여기까지 남북협력사업을 이끌어오고 희생한 데 대해서는 존중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장관은 "특정기업과 북측이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정부 정책이 거기에 자동 귀속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통일부도 엉거주춤 "일단 지켜보자"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을 일단은 인정한다면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어정쩡한 태도다.
북한이 현대아산을 계속 거부해 양측의 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무한정 기다릴 수도 없음을 나타낸 것. 정 장관은 "공정거래법이나 자유시장경쟁에 의해, 그리고 현대아산의 그간의 노력과 공헌, 국가이익 등을 조화롭게 판단해서 (정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교류협력법 시행령(35조)는 대북사업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협력사업과 심각한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쟁유발이란 기준이 모호해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반려도 승인도 가능하다.
한편 현대는 지난 2000년 8월 북측 아태평화위원회와 체결한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에서 남북철도연결,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건설, 금강산 저수지 이용,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강댐 건설 등 7대사업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개발 관련 부속합의 내용에
합의했으며 지난 2002년 3월 개성관광 협력사업자로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