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 한해 증권업계는 내부통제 이슈가 여전했다. 수천억원의 대규모 손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가 사임했다. 또 채권 돌려막기 논란으로 대표가 징계를 받는가 하면, 검찰이 증권사를 압수수색했다.
실적면에서는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양극화가 더 뚜렷해졌다. 해외주식 거래대금 증가를 필두로 '1조 클럽' 증권사가 재등장한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신한투자증권, 대규모 손실에 CEO 교체…드러난 내부통제 부실
을해 증권가를 달군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손실 사태다. 지난 10월10일 신한투자증권은 장내 선물 매매 및 청산에 따라 1300억원대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금감원은 해당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투기거래에 의한 트레이딩 수익이 ETF LP부서의 성과급 산정에 반영되도록 설계된 부적절한 성과보수체계 등"이라고 지적했다.
1300억원대 운용 손실을 반영하면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3분기 1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순식간에 적자 전환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내부통제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위원장은 이달 5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급자의 수직적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감사 부서의 수평적 내부통제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불법행위가 전혀 통제·관리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임기가 내년 말까지였던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사장)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신한금융은 김 대표 후임으로 이선훈 자산관리부문 대표이사(부사장)을 추천했다.
◆CEO징계 부른 '채권 돌려막기'…검찰 압수수색도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사건으로 올 한 해도 떠들썩했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KB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SK증권·교보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9개 증권사가 채권형 랩·신탁 상품 돌려막기로 고객 손실을 보전한 의혹이 제기돼 조사에 착수했다.
일부 기관과 기업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 신규 고객의 자금을 돌려막기 하거나 회사 고유 자금으로 일부 손실을 보전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6월27일 오후 제재심위위원회를 열고 하나증권과 KB증권에 대한 기관 제재 및 임원·담당자 제재 조치안을 의결하고 두 증권사에 일부 영업정지 제재 방침을 정했다. 특히 이홍구 KB증권 대표에게는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미래에셋증권·유진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교보증권은 3~6개월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으며, NH투자증권은 1개월 영업정지, SK증권에는 기관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여기에 이달 16일 검찰이 9개 증권사의 채권 돌려막기 의혹과 관련, 이들 증권사와 거래한 증권사 8곳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현대차증권·BNK투자증권·유안타증권·한양증권·유진투자증권·부국증권·iM증권·다올증권 등이 포함됐다.
◆대형 증권사들, 서학개미 업고 '파티'…중소형사는 'PF 늪'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대형 증권사들은 호실적을 거뒀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1587억원을 기록, 일찌감치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이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증권은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 9949억원을 기록했고 키움증권은 9180억원, 미래에셋증권이 9145억원이다.
이들의 실적 상승을 이끈 것은 '서학개미'였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3분기 누적 기준 4298억원으로 집계, 역대 최대 수준이다. 특히 지난 11월 한달 간 미국 주식의 국내 거래대금은 9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해외 주식 수수료율이 국내 주식보다 높아 국내 주식 거래 부진을 상쇄했다.
호실적 파티를 벌인 대형증권사와는 다르게 중소형 증권사들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3분기 기준, 자기자본 3조원 미만 증권사 14곳 중 지난해와 비교해 실적이 부진한 곳은 8곳에 달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PF 관련 대손 충당금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업 구조상 부동산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실적 부진은 결국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iM증권은 영업점 절반을 통폐합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21개였던 영업점은 11개로 줄였다. 리테일 부문은 희망퇴직을 통해 약 20%의 인력을 감축했다. iM증권은 3분기 누적 11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SK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등도 대규모 구조조정 또는 지점 축소를 진행하고 있다.
신용평가 하락도 이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으며, 지난 10월 다올투자증권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