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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ETF 결산] 수익률 랭킹 '미국' 점령...점유율 경쟁 가열

한 해만에 53조원 불어 '173조원 시장'으로…신뢰 잃은 지수 구성에 밸류업 ETF 지지부진

황이화 기자 기자  2024.12.29 10: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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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24년 경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활황이었다. 이제 173조원 시장이다. ETF 시장에서도 승자의 단어는 '미국'이었다. 수익률 상위 16위까지 미국 주식을 담은 ETF가 휩쓸었다. 자산운용사들의 ETF 시장 점유율 경쟁에는 불이 붙었다. 내년 업계 순위 변동 가능성까지 고개 들고 있다.  

◆올해만 53조원 성장…수익률 상위 휩쓴 '미국 주식 ETF' 내년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73조46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26일에는 120조2960억원이었다. 한 해만에 53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투자자금이 많이 몰린 ETF는 '금리 ETF'였다. 같은날 한국거래소 기준 지난 1년간 평균 순자산총액이 가장 높은 상품은 8조4162억원을 기록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이었다. 2위는 평균 6조8618억원을 기록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 KIS(합성)'이었다. 3위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을 제외하면 5위까지 모두 명칭에 '금리'라는 글자가 포함됐다.

하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달랐다. 수익률 상위권은 '미국 주식 ETF'가 휩쓸었다. 같은날 한국거래소 기준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ETF는 206.75%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이었다. 

뒤이어 △한화자산운용의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합성)'(181.01%)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서학개미'(106.73%)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101.94%)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91.78%) 순으로 수익률이 좋았다.

이들 수익률 1위부터 5위까지의 공통점은 모두 ETF 명칭에 '미국'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수익률 상위 16위까지 ETF 명칭에 '미국' 또는 '글로벌' '테슬라'가 포함되는 등 '미국 주식'을 담은 ETF가 점령했다. 미국 증시가 날개 단 한 해였던 만큼, ETF 시장에서도 '서학개미'가 웃는 한 해였다.  

올해 미국 관련 ETF 수익률이 좋았지만, 내년 상황까지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까닭이다. 새해를 앞두고 증권가에선 '중국 ETF'를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중국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을 펼칠 전망"이라며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동안 관심이 뜸했던 중국 ETF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주목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 모멘텀에 기반한 상승 국면에서는 성장주 ETF가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삼성자산운용의 '1위 입지' 위기…내년 '점유율 지각변동' 주목

ETF로 돈이 쏠리자, 자산운용사들의 점유율 싸움도 치열했다. 크게 위협받은 곳은 단연 업계 1위 삼성자산운용이다. 

순자산총액 기준 ETF 시장 점유율을 보면, 지난 26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66조3034억원, 점유율 38.22%로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62조2690억원, 점유율 35.90%였다. 두 회사 간 점유율 격차는 2.32%p다. 

한 해 전만 해도 격차가 이렇게 좁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6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40.91%(순자산총액 49조2121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36.67%(순자산총액 44조1129억원)로 격차는 4.24%p였다. 1년 사이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하락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오르면서 삼성자산운용은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지난달 한때 '점유율 40%' 지지선마저 무너지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수장을 교체했다. 서봉균 대표 대신 김우석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을 내정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김 부문장 내정 사실을 전하며  "ETF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위 공고화'라는 미션을 주문한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이 하락세를 걷고 있는 가운데, 신임 대표이사 선임이 회사의 'ETF 1위' 타이틀을 유지하는 데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3위와 4위 간 점유율은 더 접전이다.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3위 KB자산운용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내년 업계 순위 변동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26일 기준 KB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13조3812억원, 점유율 7.71%,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순자산총액은 13조1530억원, 점유율 7.58%다. 둘 사이 점유율 격차는 1%p도 안 되는 0.13%p다. 

1, 2위와 마찬가지로 1년 전만 해도 점유율이 KB자산운용 7.86%, 한국투자신탁운용 4.83%로 차이가 3.03%p였으나, 한 해만에 격차가 확 좁아졌다. KB자산운용은 지난 7월 ETF 브랜드명을 기존 'KB Star'에서 'RISE'로 변경해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으나, 오히려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아직 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수 혹평에 증시는 부진…'마이너스 수익률' 길 잃은 밸류업 ETF

한국거래소의 야심작 코리아밸류업지수(밸류업지수)가 지난 9월24일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즉각 혹평을 쏟아냈다. 가장 많은 지적은 '밸류업 기업이 아닌데 왜 포함됐냐'는 것이었다.

특히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빠지고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엔씨소프트·SM엔터·두산밥캣이 편입된 데 비판이 컸다.

또 당시 코스피 지수와 복제율이 90% 가까이 되는 밸류업 지수의 의미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도대체 왜 한 것이냐'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이같은 논란에 이달 16일 KB금융·하나금융지주·SK텔레콤·KT·현대모비스 등 5개사를 밸류업지수에 새로 포함했다. 하지만 1차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주주를 고려하지 않은 유상증자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낳은 고려아연과 이수페타시스 등이 여전히 밸류업지수에 남아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정책을 홍보하며 밸류업 ETF 상장에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한국 증시가 좋지 않은 데다 지수 마저 신뢰를 얻지 못한 탓에, 정작 상장 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행진이다. 
 
27일 한국거래소 기준 국내 상장된 12개 밸류업 ETF 중 한달 수익률이 플러스인 상품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 단 하나에 불과했다. 밸류업 ETF는 아직 길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