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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약·바이오 결산] 국산 신약 글로벌 진출·R&D 성과..."새 전환점 마련"

의정 갈등·경영권 분쟁도...탄핵 정국에 신약개발 차질 우려

추민선 기자 기자  2024.12.26 14: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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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24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국산 신약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연구개발(R&D) 성과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특히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타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국산 신약이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임상 시험 지연, 주요 제약사의 경영권 분쟁은 업계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산 신약의 글로벌 도약과 성과

2024년은 국내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해로 기록된다.

유한양행(000100)의 '렉라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으며 국산 신약의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했다. 유럽의약품청(EMA)에서도 허가 권고를 받아 유럽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렉라자는 글로벌 빅파마인 얀센과 협력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으로 판매망을 확장 중이며, 유한양행은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추가적인 신약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임상 1상을 진행하던 중인 2018년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존슨앤드존슨 산하의 얀센에 총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바 있다. 이에 FDA 승인에 따라 얀센으로부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게 됐으며, 지금까지 얀센으로부터 수령한 누적 기술료는 2억1000만 달러(약 2900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셀트리온(068270)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 SK바이오팜의 항경련제 '세노바메이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GC녹십자는 국내 혈액제제가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사례를 남겼다.

휴젤(145020)도 지난 2월 FDA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7월 미국 첫 수출 물량을 선적했다.

휴젤은 미국 시장 진출로, 글로벌 3대 톡신 시장인 미국·중국·유럽에 모두 진출한 국내 최초 기업이자 전 세계 3번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의 성과도 눈에 띄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올해 매출 4조 원을 돌파하며 CDMO 사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생산 설비 착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했다.

◆블록버스터 '비만약' 국내 상륙  

올해 바이오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또 다른 건 외산 '블록버스터' 신약의 국내 상륙이다. 국내에 출시된 제품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에서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에자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레카네맙)'다. 

쥴릭파마코리아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유통을 맡고 지난 10월15일부터 주문 접수를 시작했다. 허가 용량은 0.2mg, 0.5mg, 1.0mg, 1.7mg 2.4mg 등 5개다. 일론 머스크가 맞는 비만약으로 알려지며 국내 출시 전부터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위고비는 '꿈의 비만약' 또는 '부자들이 찾는 비만약'으로 불렸던 만큼 올해 10월 국내에 출시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되는데 출시 후 품절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찾는 환자가 많았다. 


하지만 문제점도 등장했다.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이 늘면서 BMI 기준에 미달하는 환자들도 위고비를 처방받으면서 약물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12월 2일부터 비대면진료 시 위고비를 포함한 비만치료제 처방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도 비슷한 시기에 임상 진행 상황을 알리며, 비만치료제 연구개발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비만치료제 연구개발 선두에 선 한미약품(128940)은 지난 1월에 장기 지속형 GLP-1 제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 국내 3상 첫 환자를 등록했다. 

올해 상반기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에 이어 '비만치료 삼중작용제(LA-GLP/GIP/GCG, 코드명 : HM15275)'까지 임상에 돌입했다. 지난 5월 한미약품은 FDA에서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1상을 승인받았으며, 건강한 성인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HM15275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 특성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엔 동아에스티(170900)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비만치료제 'DA-1726' 1상을 승인받았다. 동아에스티는 이번 1상을 파트 1, 2로 구분해 DA-1726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및 약력학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신약 레켐비도 관심이 컸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11월부터 국내 출시됐다. 3상 임상연구 결과를 보면 레켐비는 18개월 시점에 위약군 대비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27% 지연시켰다.

다만 쉽게 환자들이 처방받지 못하고 있는 데 이는 치료비용 때문이다. 미국 기준으로 레켐비는 연간 약 3000만원의 비용이, 일본에서는 약 2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치료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향후에는 건강보험 급여 등재 여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2년 만에 국내 신약 탄생

올해 국산 신약이 2개나 탄생했다. 특히 신약이 나온 것은 2022년 대웅제약(069620)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 등장 이후 2년 만이라 더 값진 성과로 기록됐다.

국산 37번째 신약은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 시트르산염)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출시 이후 제일약품(271980),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계약을 맺고, 시장 진입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국산 38호 신약은 비보존제약(082800)의 비마약성진통제 '어나프라주'(성분명 오피란제린)다. 지난 13일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비보존제약이 자체 개발한 어나프라주는 세계최초 비마약성, 비소염제성 진통제로 부작용이 낮고 중독 위험이 없으면서 진통 효과가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비보존제약은 내년 중 어나프라주를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의정 갈등과 경영권 분쟁이 드리운 그림자

국내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은 제약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대학병원의 휴진 선언으로 인해 국내 임상 시험 일정이 지연됐다. 이에 올해 상반기 식약처 임상 시험 승인 건수는 499건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하며, 신약 개발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한편, 한미약품그룹은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간의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 번졌고, 최근 이사회 구성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면서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분쟁의 시작은 2024년 초 송영숙 회장이 딸 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OCI홀딩스와의 통합 지주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송 회장은 그룹의 신약 연구개발 자금력 확보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OCI와의 통합을 제안했지만,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차남 임종훈 한미헬스케어 대표는 이에 반대하며 그룹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임 형제는 OCI홀딩스가 통합 지주사가 될 경우 한미그룹의 경영권이 외부로 넘어갈 가능성을 문제 삼아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 형제 측은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을 통과시키며 우세를 점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이 송 회장 측 지지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

7월, 신 회장의 입장 변화로 인해 송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이 신동국 회장과 3인 연합을 결성했고, 이는 임 형제 측과의 대립을 심화시켰다. 결과적으로 1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은 양측 5대 5로 균형을 이루는 무승부로 끝났다.

결국 다시금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이른바 3인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이 결성됐고, 임 형제 측과 대립하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장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 인사가 송영숙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고, 모녀 측인 한미약품은 임종훈 대표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동시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정 분쟁이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달 이뤄진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는 양측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사실상 무승부로 끝났다. 이번 주총에서 제안된 정관 변경은 부결됐지만, 신동국 회장 이사 선임은 가결됐다. 

주주 환원 정책 강화로 신뢰 구축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제약업계는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신뢰를 강화했다.

셀트리온은 현금 배당과 주식 배당을 동시에 시행하며,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였다. 비씨월드제약(200780),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 휴온스(243070) 등도 배당 확대 및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하며 투자자 신뢰를 공고히 했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은 최근 연말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750원의 현금 배당과 함께 0.05주의 주식 배당을 결정했다. 현금 배당 총액은 약 1537억 원, 배당 주식 수는 약 1025만 주로, 그룹 차원에서 주주 이익 공유를 강화하는 전략을 보였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온라인 배당조회 서비스를 도입하고, 새로운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2024~2026년 사업연도 별도재무제표 잉여현금흐름 기준 50% 이상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해 기존 중간배당 정책을 유지하며, 3년간 현금배당 300억원 지급 포함 매년 주식배당 3%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씨월드제약도 1주당 100원의 현금과 함께 5년 만에 0.1주의 주식배당도 진행한다. 특히 비씨월드제약 최대주주 홍성한 대표이사는 3년 연속 현금 무배당을 결정했다. 이외에도 진양제약은 배당으로 1주당 150원을, 인트론바이오는 주당 100원, 앨앤씨바이오는 주당 50원, 원바이오젠은 주당 2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배당 외에도 주가 안정과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HLB테라퓨틱스(115450)는 1주당 0.05주의 무상증자를 발표했으며, 휴온스는 3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JW중외제약(001060)은 약 50억 원 규모의 자사주 21만 주를 장내에서 매입하기로 결정하며 적극적인 주주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배당 외에도 주주 가치를 높이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탄핵 가결됐지만...정치적 불확실성 여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은 남아 있어 업계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되면서 국내 주요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업체들이 본격적인 탄핵 국면에 따른 영향 분석에 나서고 있다.


당장 이달 출범을 예고했던 '국가바이오위원회' 발족이 무산됐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보건·의료, 식량, 자원, 에너지, 환경 등 바이오 전 분야에 걸쳐 민관 협력을 통해 비전·전략을 제시하고 지속가능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논의·결정하는 범부처 최고위 거버넌스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정부는 지난달 초 이상엽 카이스트(KAIST) 부총장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그동안 위원회 출범에 따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했다. 투자유치, 금리, 대내외적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 가결에 따라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다시 성장 동력이 생길지도 미지수다.

환율 급등에 따른 심리 불안도 여전히 상존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 나올 때까지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해 당분간 높은 환율이 유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원료의약품을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제약·바이오업계의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5.4%로, 대부분의 원료를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다. 환율 급등은 원료 수입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임상시험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환율 변동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외에서 동시에 진행된 글로벌 임상시험 비중은 약 48%에 달하며, 환율 상승은 해외 임상시험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임상시험을 해외에서 진행하는 추세지만, 환율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임상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