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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된 마음으로 살배지 불모지에 꽃을 피웁니다”

[인터뷰] 창립 12년 맞은 금호살배지 현장 지휘자 이양길 회장

이인우 기자 기자  2006.03.17 11: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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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호살배지(주) 이양길 회장(65)은 현장을 떠나지 않는 경영인으로 알려졌다.

전국 어느 곳이든 해난사고 처리의뢰를 받는 즉시 직원들과 출동한 뒤 숙식을 함께
   
하며 작업을 지휘한다. 그는 해난사고는 현장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단 한순간도 한눈을 팔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지난 1995년 금호살배지를 창립하면서 이같은 현장중심 경영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자체 기술력을 쌓을 수 있었다. 또 직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작업을 진행하는 까닭에 함께 동고동락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살배지는 치밀한 구조 노하우에 따라 침몰선의 자체 부력을 되살리는 작업입니다. 우리 금호살배지는 그동안 많은 구조작업을 성공적으로 완결하면서 외국업체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확보했습니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외화유출을 감수하며 외국 살배지업체에 국내 해난사고 처리를 맡기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미 금호살배지도 외국업체와 대등한 수준의 해난구조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살배지에 뛰어든 계기는 당초 '데미지 카고'(선박충돌이나 좌초, 침몰 등으로 손상을 입은 화물)나 선박 공매 및 구조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가졌던 아쉬움이었다. 단순한 '데미지 카고' 처리보다 직접적인 해난구조를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1995년 금호살배지를 창설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의 강풍에 좌초된 9만4000톤급 LNG선 2척을 구조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선박의 가격만 척당 1500억원이 넘는 대형 사고였던 만큼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됐었다"며"금호살배지는 당시 불과 5일만에 두 척 모두 구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와 전문적인 기술수준을 강조한다. 특히 지난 99년 인천에서 목포로 예인하다 좌초한 한라조선의 플로팅도크 탑한라(Top Halla)호를 구조, 조선소에 인도한 뒤 다시 직접 중국 청도까지 인도한 일도 극적인 성과로 꼽는다.

당시 국내 많은 조선소 등은 구조된 플로팅도크를 중국까지 인도하는 일의 위험성이 너무 높다며 모두 외면했고, 국내 모 연구기관의 항해자료 계산이 잘못돼 중국측으로부터 계약파기까지 당하는 위기까지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수차례 중국 상하이로 초청받아 , 직접 플로팅도크에 동승해 중국까지 인도하겠다고 약속한 끝에 다시 일을 성사시켰다. 당시 중국측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직접 동승하겠다는 약속에 크게 감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코 가깝지 않은 서해를 건너 거대한 플로팅도크를 인도하는 것은 목숨을 건 일이었으나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국제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데다 개항 130여년을 맞은 해양국가인만큼 살배지도 하루 빨리 선진화해야 한다"며 "이론적인 지식만으로 해난사고 처리를 좌우하는 일부 관행은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기관과 선사 등 유관업체, 또 해난구조업체끼리 유기적 협력체제를 갖출 때 외화유출 등 국부손실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서 해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외업체는 자유롭게 들어와 작업하지만 막상 우리 선적의 선박이 외국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국내 살배지업체가 출동할 수 없는 제도적 맹점도 하루빨리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함께 일하는 스텝 모두 진실한 마음으로 작업에 뛰어드는 점이 가장 감사하다'며 "앞으로 인재양성과 살배지 관련 투자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