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을 짓는 등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며 달려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폐지와 지원을 줄이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서다. 또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전개하는 등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굳건히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 입장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에 따라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폐지하고자 한다. IRA는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으로,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약 13조원을 웃도는 투자를 이끌어 낸 법이기도 하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전기차 충전소 확충 등에 투입할 예정이었던 75억달러의 정부 예산도 국가 방위 공급망을 포함한 다른 인프라에 써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활용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비용부담 압력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 관세를 10~20%, 중국산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자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미국 의존도는 50.6%로 과반을 넘어섰고, 전기차의 미국 비중도 45.5%다. 미국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자동차 수출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올해 현대차그룹이 판매한 자동차 4대 중 1대는 미국에서 팔렸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1~11월 글로벌시장에서 665만6584대를 판매했고, 이 중 154만8333대(23.3%)가 미국 시장에서만 판매됐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비중이 23%를 넘은 것은 1988년(28.8%, 26만1782대) 이후 처음이다. 미국 판매량 중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 비중은 50~60% 정도다. 특히 고부가가치 차종은 대부분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관세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결정이 정책에 반영되면 현대차그룹의 2025년 사업계획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에 더해 조지아 주에 구축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이하 HMGMA)를 올해 10월부터 가동한 상태다.
미국 내 충분한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관세 압박은 어느 정도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그 중에서도 IRA 보조금의 지속가능성이 모호해짐에 따라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어진 HMGMA의 가동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물론, 전동화 전환 기조를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 만큼은 다각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생산 설비 일부를 하이브리드차 생산 설비로 바꾼 만큼,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에 집중해 변화한 환경에 대응해야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지 못해 최대 7500만달러의 보조금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올해 드디어 HMGMA가 가동에 돌입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IRA를 비판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비상에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미국 상원이 IRA 폐지를 반대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지만, 어떤 형태로든 전기차 혜택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라며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얼마나 소통하는지가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또 현대차·기아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모델들을 해외에서 생산하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이들 노조는 국내 고용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수요가 많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모델의 미국 생산을 반대해왔는데, 단기간에 현지 생산 확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런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간 꾸준히 소통해온 트럼프 인맥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고위 관료들을 대관 담당으로 영입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대비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고자 현대차 경영진을 미국인들로 채우는 전례 없는 인사를 단행했다.
최고운영책임자(COO)·북미권역본부장을 담당하며 현대차 미국 법인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한 호세 무뇨스 사장을 최고경영자로,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외교 분야에서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아 온 성 김 고문을 사장으로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