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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난사고 119 구조대 ‘살배지’가 뛴다

국내 해난구조 개척자 금호살배지(주)의 24시

이인우 기자 기자  2006.03.17 11: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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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침몰하거나 좌초한 배는 그대로 수명을 다한 것일까?

수십억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화물선이나 LNG선, 그리고 거대한 방조제 구조물을 옮기는 프로팅도크(FD)까지. 단 한 차례의 풍랑에 좌초한 배를 그대로 포기하기엔 손실이 너무 크다.

이러한 해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구조 의뢰를 받은 뒤 장비와 인원투입 등 출동준비를 마치는 시간은 최대 3시간 이내. 마치 군대의 5분대기조를 방불케 하는 기동력과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다.

   
◆ 수십만톤 좌초 화물선 구조까지 순식간

아직 바람 끝이 매서운 3월, 제주 앞바다에서 그들을 만났다. 지난달 26일 제주시 서부두 방조제 공사중 강풍에 떠밀려 좌초한 플로팅도크 ‘흥우7000호’ 구조작업에 여념 없는 ‘금호살배지주식회사’(회장 이양길ㆍ부산시 중구 중앙동 4가 83-5ㆍ051-466-2534)의 구조팀들이다.

해난 구조를 뜻하는 살배지(Salvage)는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해난구조에 대해 외국의 전문기관에서나 하는 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5년 문을 연 금호살배지(주)의 구조실적은 만만치 않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의 강풍에 좌초한 9만4000톤급 LNG선 2척 구조, 인천에서 목포로 운항중 침몰한 2만톤급 플로팅도크 'Top Halla' 구조 후 중국까지의 예인성공 등이 대표적인 실적으로 꼽힌다.

   
거대한 덩치의 사고선박을 다시 수면 위로 띄우고 목적지까지 예인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불과 10여명. 해난구조는 철저한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금호살배지는 현재 지난 2월 제주항 서부두 방파제 공사중 수천톤 무게의 케이슨을 실은 채 강풍과 파도에 약 2.5km 떠밀려 좌초한 플로팅도크 흥우7000호 구조작업을 진행중이다.

플로팅도크는 선박 위에서 방파제의 몸체를 이루는 콘크리트 구조물 케이슨을 제작, 정해진 위치까지 이동해 가라앉히는 특수선이다. 만재배수량 9515여톤에 최대 약 6500톤의 구조물을 싣고 이동할 수 있다.

◆ 전문성 보유한 구성원이 가장 큰 자산


파도에 휩쓸리면서 해안으로 밀려난 흥우7000호는 수면 아래 암초에 배 밑바닥이 '걸레'가 된 상태. 금호살배지측은 지난 3일 구조의뢰 접수와 동시에 전문수중촬영을 거쳐 배의 피해상태부터 파악한 뒤 구조공법을 결정했다.

   
촬영한 비디오 장면을 확인한 결과 흥우7000호는 총 12개의 부력탱크 모두 갈갈이 찢어진 상태. 1.5cm 두께의 철판이 종잇장처럼 누더기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는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됐고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구조공법을 수립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찢겨나간 파공부위를 차례차례 다시 막는 패칭작업. 구조선에서 해당 부위에 맞는 철판을 제작한 뒤 잠수팀이 수중방수작업에 들어간다. 모든 패칭작업이 끝난 뒤 구조선에서 배수작업을 진행, 흥우7000의 자체 부력을 이용해 다시 수면에 띄우는 작업이다.

이같은 절차는 금호살배지가 개발한 ‘초기안정성 계산 프로그램’에 따라 모두 수치화된 자료에 따라 진행된다. 구조공법이 결정되면서 수중작업팀과 장비팀, 예인팀, 크레인팀, 업무팀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손발을 맞춰나간다.

이들은 해난사고 처리 출동과 함께 구조선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선상생활에 들어간다. 상황이 종결될 때까지는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도 3시간 이내 현장 출동을 위해 365일 대기상태로 지내야 한다.

◆ 토종 기술과 노하우로 해난사고 피해 최소화

지난 2000년 금호살배지에 합류, 구조계약과 업무를 총괄하는 박재일 팀장(32)은 “10여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각 팀원들은 상황이 발생한 직후부터 각자의 일에 달려든다”며 “회사 창립 이후 지금까지 단 1명의 이직자가 없는 팀웍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구조경력 30년인 이장식 잠수팀장(52)와 각각 10~20여년의 경력을 가진 잠수팀 5명은 사실상 목숨을 담보로 바다밑바닥까지 내려간다. 최근 가장 깊은 작업현장은 수심 50여m에 달했다고. 엄청난 수압을 이겨내며 철판을 내리고 일일이 수중용접을 통해 파손부위를 복구한다.

선상에서의 구조업무는 이양길 회장과 살배지 경력 27년인 장영록 선단장의 지휘로 진행한다. 구조팀원의 경력도 최소 10여년 이상. 이밖에 업무지원팀 등 16명의 정예요원들이 전국 각지의 해난사고 구조활동에 나선다.

금호살배지의 고객은 해난사고를 당한 선주측이 가입한 손해보험사들이다. 각 보험사는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구조를 요청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살배지 전문업체인 셈이다.

◆ 국제해난구조협회 정회원, 교류활동 활발

현재 국내 살배지 전문업체의 현황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금호살배지만 국제해난구조협회(International Salvage Union)의 정회원으로 국제교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박 팀장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해난구조는 외국의 해양선진국에서만 하는 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금호살배지는 유럽과 일본 등 해외 살배지업체들에 견주어 대등한 수준의 기술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금호살배지 임직원들은 이러한 전문성에 대해 “12년동안 살배지 업무만 맡는 한 우물을 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연근해에 어떤 해난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가장 신속하게 구조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  연락처: 부산시 중구 중앙동 4가 83-5 대한통운중앙B/D 1003호ㆍ051-466-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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