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 햄버거 가게에 갔을 때 목격한 일이다. 맞은편에 앉은 남학생 3명이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액상형 전자담배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누가 봐도 앳된 외모의 아이들이었다.
이후 기사를 검색해 봤다. PC방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고 있다는 KBS의 보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청소년들도 쉽게 드나드는 PC방에서 전자담배 액상은 맛별로, 향별로 화려하게 판매 중이었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시중에 무분별하게 청소년들에게 노출돼 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높은 열로 합성니코틴 액상을 가열해 증기로 바꾼다. 이로 인해 일반 연초형 담배보다 흡수율이 높다. 또한 맹독성 1군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도 나와 인체에 매우 치명적이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한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의 유해성 비교·평가·연구' 결과에 따르면, 합성니코틴이 연초니코틴보다 발암물질 잔류량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합성·연초니코틴 원액 중 유해물질 69종을 비교한 결과, IARC(국제암연구소) 발암물질 잔류량 총합이 △합성니코틴 원액 852.2㎎/L △연초니코틴 842.5㎎/L로 합성니코틴이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CMR(발암성·돌연변이성·생식독성) 목록에 있는 유해물질 5개 항목에서도 △합성니코틴 795.1㎎/L △연초니코틴 74.1㎎/L이 검출돼 합성니코틴이 10배 이상 높았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현재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행 담배사업법이 '담뱃잎과 천연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것'만 담배로 인정해서다. 그렇기에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합성니코틴은 담배로 인정되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심지어 전자담배 세입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니코틴 용액과 연초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전자담배에 과세한 담배소비세액은 2021년 5033억원에서 2022년 6374억원으로 26.6% 올랐다. 2023년에는 7597억원으로 전년비 19.2% 늘었다.
이에 여러 시민단체에서도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지킴실천연대와 서울YMCA 전문 기관인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단체가 주장한 질병관리청의 2023년 청소년 건강패널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22년 2.09%에서 2023년 4.44%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합성니코틴, 나아가 담배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니코틴 유사물질을 함유한 액상 등에 대해 규제를 미루는 것은 정부와 국회, 우리 모두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자담배협회 역시 지난 8월 "합성니코틴 제품이 담배소매인허가를 받지 않고 여러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PC방, 폰케이스 전문 매장, 식당, 무인 자판기로 무법지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협회를 비롯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옹호하는 단체에서조차 액상형 전자담배가 무분별하게 청소년에게 노출되거나 권장되는 것은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현재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10건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여야 의원들의 의견차로 통과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사상 초유의 계엄령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합성니코틴 담배 규제 신설과 같은 민생 현안 논의는 더욱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