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금융위원회가 일반주주 보호 제도로 상법 개정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경영계는 반발이 거센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 내용은 빠진다. 벌써부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브리핑에서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이므로 일반법 개정은 법리적 측면과 법 개정이 미칠 영향을 심도 있게 그리고 신중하게 논의해야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취지와 선의로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경우 제도 개정의 의미가 크게 훼손된 사례를 우리는 드물지 않게 목격한 바 있다"며 "이를 감안해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상장법인 합병 시 이사회에 의견서 작성·공시 의무 부여 △계열사간 합병 등에 대해서도 가액 산정기준 전면 폐지 △모든 합병에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 의무화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일반주주(대주주 제외)에게 공모신주 중 20% 범위 내에서 우선배정 할 수 있는 근거 마련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노력을 심사하는 기간 제한(5년) 삭제 등이다.
모두 분할·합병에 대한 내용으로, 이목이 집중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명문화는 빠졌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는 그간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거론된 상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꼽혔던 사항이다.
상법 382조 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라고 돼 있다. 현재는 '회사의 이익'만 규정이 돼 있는데 민주당은 여기에 '주주'까지 포함하자는 것이다.
당초 정부와 여당도 상법 개정을 주장했었다. 그런데 최근 경영계 반발이 거세지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금감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상법 개정과 배임죄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사회가 주주 보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노력해야 된다는 조문을 포함함으로써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에 대한 취지도 상당 부문 반영될 수 있겠다"고 밝혔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자본시장법에 넣는 방식에 대해서도 "현행 법제도 체계를 다시 흔들어야 되는 문제가 있다"며 "이번에 자본시장법에 넣는 것으로도 상당한 효과와 실효적인 효과는 거둘 것"이라고 봤다.
현재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여야가 맞서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한국거래소에서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을 개정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22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최근 고려아연·현대차증권에 의해 논란 된 '유상증자' 문제도 다루고 있지 않다.
앞서 지난달 고려아연은 공개 매수 후 며칠 사이 이사회가 2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주가 급등락을 보였다. 현대차증권은 이번달 시가총액 규모에 육박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기존 주주들로부터 반발을 산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유상증자에 대해서 "법률적으로 해결할 문제인지를 봐야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에는 "불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엄격하게 보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더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보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간 논의를 뒤집은 금융위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을 놓고 실효성 비판이 벌써 나온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계열사간 합병, 물적분할 후 재상장 등 최근 문제된 두 가지에 대해서만 원래 논의되던 바를 개정하겠다는 내용밖에 없어, 일부 사안에 대한 사후적인 처방 이상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이사회가 주주 보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문으로 이사 충실의무 취지를 반영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의무가 아니므로 시장이나 투자자들에 대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