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인사동에 대한제국 황실 궁궐이 있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의 신한은행, NH농협은행, SK온 관훈캠퍼스를 비롯해 수많은 갤러리가 위치한 그 자리에 본래 대한제국 고종의 둘째 황자이자 황족 독립운동가인 의친왕 이강의 궁궐 '사동궁'이 있었다. 그런데 황자의 궁궐 터 일부는 공영주차장으로까지 변한 상태다. '전통과 문화의 거리'라는 인사동의 별칭이 무색하게도, 어떤 역사와 전통은 지워졌다. 이에 대한제국 황실 후손단체 의친왕기념사업회는 인사동에서 선조들의 의지를 이어 가겠다는 포부다.
지난 9일 종로구 인사동 소재 갤러리 아리수에서 '2024 의친왕기념사업회 초청전' 기념행사가 열렸다. 갤러리 아리수는 대한제국 황실 궁궐인 사동궁 터의 일부다.
이번 초청전은 이른바 '대동단 사건' '의친왕 망명 작전'을 기리기 위해 기획됐다. '대한제국 황실 독립투사'로도 불리는 의친왕 이강은 1919년 11월9일 사동궁을 나왔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망명했다. 이때 도산 안창호 주도로 동농 김가진과 창단한 항일비밀결사단체 조선민족대동단(대동단)과 함께 했다.
의친왕은 대동단 독립선언서에 "나는 일제 치하의 황족으로 사느니 자유 대한의 평민이 되겠노라"고 밝히며 독립선언서 33인 중 첫번째로 본명 '이강'이라고 쓰고 '대한민국 원년 11월'이라고 표기했다. 의친왕기념사업회는 황실 후손의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대한제국 황실의 항일 독립운동 활동을 알리며, 식민사관 바로잡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 의친왕가 종손 이준 황손은 "그동안 황실에는 무능하고 부패해 나라를 팔았다는 일제 식민사관이 씌워져있었다"며 "총독부가 만든 고종실록, 순조실록을 역사 사료라고 생각해 황실 비하 콘텐츠가 지금도 양산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선조라고 무조건 미화해도 안되겠지만, 공과 과는 정확히 가려져야 할 것"이라며 "황실뿐 아니라 황실과 함께 독립운동 했던 수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을 발굴 및 선양하고 500년간 이어 온 궁중 문화를 현대에서도 살아있는 문화예술로 창조해 보전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준 황손이 말한 대표적인 '이름 없는 영웅들'은 당대 화가들이다. 김성원 이당김은호기념사업회 이사장에 따르면, 이당 김은호를 비롯한 전국의 화가들이 그림을 판매해 의친왕 망명 당시 자금과 만해 한용운에 전해진 독립군 자금으로 전했다. 이날 초청전에는 조선왕실과 대한황실의 마지막 어진화사 이당 김은호의 백학도, 황후대례복, 이우 왕자 초상화도 전시됐다.
이준 황손은 "의친왕기념사업회는 이당김은호기념사업회, 이화미술회와 함께 선조들의 의지를 이어 가겠다"며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금은 공영주차장이 된 대한제국의 궁궐 사동궁을 복원한다는 의미로 사동궁 기념관을 건립해 황실 가족이 보유한 1000여점의 조선왕실과 대한황실의 유물을 기증해 전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친왕기념사업회는 2022년 대한황실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로, 현 황실의 최고 연장자 이해경 여사(의친왕의 5남)를 명예회장으로, 의친왕가 종손 이준 황손(의친왕의 장손)을 회장으로 추대해 황실의 독립운동사를 밝히고, 황실 후손들이 소장 중인 1000여점의 궁중유물들을 전시, 연구, 보존하며 궁중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인사동에서 진행되는 이번 초청전은 오는 12일까지 진행된다.